한국일보

내가 은퇴하지 못하는 이유

2015-03-23 (월) 12:00:00
크게 작게

▶ 손온유 / 라티노 대상 세일즈

내 주위엔 나보다 못한 사람들이 많다. 나의 손길을 원하는 곳이 많다. 내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은 돈으로라도 도와야할 사람들이다.

초롱초롱한 눈동자, 앳된 모습. 하루에 물 두병과 초코파이 4개 주는 것이 전부다. 50명에서 60명 정도이다. 불법체류자로 거리에서 일감을 찾는 사람들이다. 배낭을 메고 서있다가 차가 다가오면 모두 달려가서 자기를 써달라고 한다.

땅에 앉아서 초코파이 먹으면서 물 마시는 모습은 애처롭고 또 사랑스럽다. 눈으로 빤히 보면서 어떻게 이들을 외면할 수 있을까.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은 대부분 은퇴를 하고 여행을 다니거나 골프를 치면서 여생을 즐긴다. 고교 동창들이 내게도 권하지만 난 그들과 너무나 먼 거리의 사람이 되어 있다.

라티노 대상 세일즈를 하며 그들과 45년을 같이 살다 보니 나는 한인이 아닌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들의 가족상황을 알게 되어 경조사에 빠질 수가 없다. 하루에 한건 정도는 꼭 있다.

내가 희귀병으로 중환자실에 몇 번씩 입원하였다. 나에게서 도움을 받았던 한인들은 그때 나를 외면하였다. 비싼 약을 팔려고 끈질기게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속아서 많이 샀지만 부작용만 심했다. 라틴 민족은 정반대였다. 굉장히 따뜻한 사람들이다. 아주 인정스럽고 정의감과 의리가 있는 민족이다.

70이 넘으면 은퇴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마지막 가는 그날까지 타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은 어떨까. 그것은 의무나 책임이 아니고 기쁨이고 희락이다.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없다.

남에게 선을 베풀면 자기 자신에게도 선을 베푼 것이다. 착한 일을 했다는 의식은 인간에게 최고의 보상이다. 선행은 연기처럼 사라지거나 흩어지는 법이 없다. 나로 인해 즐거운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이상의 즐거움을 얻을 것이고, 더 많은 엔돌핀을 얻을 것이다. 선행은 나의 기쁨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