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물 같은 하루

2015-03-21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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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영희 / 수필가

포근한 날씨에 동네 한 바퀴 걷자고 길을 나섰다. 놀이터를 지나는데 그 한 켠 벤치에 앉은 두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백발 두 할머니의 모습이 정겨웠다. 한 분은 미국 할머니고 다른 한 분은 언뜻 보기에 한국 할머니 같았다. 한국 할머니가 영어를 무척 잘하시니 저리 정겨운 대화를 하실 것이란 생각을 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실까 궁금해져 슬그머니 가 보았다. 그런데 한 분은 영어로 한 분은 한국말로 대화를 하고 계셨다. 건강을 걱정하고, 손자손녀 자랑을 하며 서로 동문서답을 하시는데 어쩜 그리도 타이밍이 잘 맞던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시려는지 “See you Tomorrow” “조심이 가요” 하시며 꼬옥 서로를 안아주시는 모습에서 나는 따뜻한 봄을 선물 받은 느낌이었다.


나는 언제쯤이면 말이 통하는 친구한테 따스한 하루를 선물할 수 있을까... 집으로 돌아와서도 계속 두 할머니의 모습이 코믹영화 한 편을 감명 깊게 본 것처럼 가슴 속에 따스하게 남아있었다.

어린아이들이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맑은 마음으로 금방 친해지듯 두 할머니도 이것저것 재지 않고 서로를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셨기에 그렇게도 즐거우셨으리라.

‘진정한 대화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말을 많이 하는 것 보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것이 때론 더 중요하다는 것을.

두 할머니의 모습에서 인생을 많이 사신 분들의 마음의 여유를 배웠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돈 주고 배울 수 없는 값진 깨달음을 얻은 하루였다. 두 분의 모습에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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