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외교관 면책특권

2015-03-10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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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은 파견국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체포나 구금도 당하지 않고 형사재판 관할권 면제를 받는다. 이를 두고 외교관 면책특권(Vienna Convention on Diplomatic Relations)이라고 하던가. 외교관에게 주어진 이 특권과 관련해 한 가지 흥미로운 연구조사가 발표됐다.

유엔본부가 자리 잡고 있는 뉴욕은 전 세계 외교의 허브다. 이 뉴욕 주재 외교관들 중 어느 나라 외교관들이 그 특권을 아주 쩨쩨하게 오용하고 있는지를 밝혀 낸 것이다. 그러니까, 외교관의 교통티켓 벌금 체납 율을 나라별로 조사한 것.

뭔가 하나의 공식이라고 할까, 그런 것이 드러났다. 부정부패가 심한 나라 출신의 외교관일수록 벌금체납 율이 높았다. 반대로 부패 정도가 낮은 국가 외교관일수록 제때에 벌금을 낸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교통티켓벌금 체납에 있어 챔피언은 쿠웨이트 외교관들로, 한 외교관의 경우 한 해에 무려 526 차례나 티켓을 받고 한 번도 벌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범법, 아니 단순히 그 정도가 아니다. 파렴치한 범죄행위를 저지른다. 그러고도 체포되지 않는다. 이 외교관 면책특권을 가장 심하게 오용하고 있는 외교관은 북한 출신 외교관들이다. 그 최근의 케이스가 지난 주 방글라데시 다카 공항에서 적발된 금괴 밀수사건이다.

이름은 손영남이고, 다카주재 북한대사관의 1등 서기관이다. 그런 그가 27kg 상당의 금(140여만달러)을 반입하려다가 적발된 것. 금괴는 압수됐으나 손영남은 외교관 면책특권을 들이대고 풀려났다.

외교관이 버젓이 밀수를 한다. 무슨 말인가.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북한이란 나라는 거대한 마피아조직에 다름없다는 얘기다.

그 조직의 1선 히트 맨은 다른 국제범죄 조직은 없는 무기를 갖추었다. 외교관 면책특권이란 무기다. 그런 면에서 전 세계 범죄조직 중 가장 가공할 위력을 지닌 범죄조직이 북한이라는 것이 포린 폴리시의 지적이다.

금괴밀수만 보자. 적발된 손영남은 극히 작은 톱니바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그가 한 달에 두 차례 정도 밀수임무를 완수했다고 치자. 그 경우 그가 벌어들이는 돈은 연 3000만달러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금괴만이 아니다. 무기밀매에, 위조 달러화 반출에, 마약밀매도 손댄다. 이런 식으로 벌어들인 돈은 얼마인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단지 최소 연 10억달러는 넘을 것이라는 추정뿐이다.

그 불법자금은 다른데 쓰이는 것이 아니다. 오직 김씨 왕조의 권력유지만 위해 사용된다.

1961년에 채택된 게 외교관 면책특권 협약이다. 그 국제협약을 수정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 마피아국가 외교관들에게는 예외를 두는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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