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열정·헌신의 찬양 ‘합창계 외인구단’

2015-03-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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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휘자까지 모두 음악 비전공자 구성

▶ 전문가 수준… 한국 음반에까지 수록

열정·헌신의 찬양 ‘합창계 외인구단’

단원들은 자연을 찾아 찬양을 하며 하나님의 영광을 몸으로 느끼기도 한다.

열정·헌신의 찬양 ‘합창계 외인구단’

LA 남성선교합창단(지휘 원영진)이 지난번 정기연주회에서 성가를 합창하고 있다.

■ LA 남성선교합창단 15일 연주회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면 사람이 변한다. 선하고 거룩한 일에 대한 사명감이 싹 튼다. 그리고 열정이 불붙고 헌신으로 이어진다. 이 힘으로 교회가 움직이고 선교가 이뤄지며 세상 속에 맑은 물이 남아 흐른다.

LA 남성선교합창단(LAMMC) 단원들은 매주 월요일 저녁에 연습모임을 갖는다. 일 년 내내 빠짐없이 모인다. 성탄절에도 연말연시에도 흔들리지 않고 모여 연습을 거듭한다. 지휘자가 한국에서 열리는 합창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한 주간을 제외하곤 예외가 없다.


스물여섯명 단원들은 다름이 없다. 지각하는 경우도 보기 힘들다. 북쪽으로는 발렌시아부터 남쪽으론 어바인까지, 사는 곳은 남가주 전역에 퍼져 있다. 그래도 월요일 오후 7시30분이면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 위치한 연습장은 어김없이 단원들로 가득 찬다.

“성가대나 합창단에서 가장 우선적인 것은 모이는 겁니다. 모여야 소리를 낼 수 있고 존재의 의미가 생기는 거죠. 하지만 이민생활을 하면서 빠지지 않고, 매주 거르지도 않고, 모두 모인다는 게 아주 어렵습니다. 우리 단원들은 생일에도 나옵니다. 신기할 정도로 결석이 없어요.”

LA 남성선교합창단은 전원이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다. 성악은커녕 음악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심지어 지휘자도 비전공자다. 합창계의 ‘외인구단’이다. 그리고 영화처럼 승리를 거뒀다. 지난 2008년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성가 합창을 향한 뜨거운 소망을 가진 성도들이 모여 합창단을 창립한 이후 지금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LA 남성선교합창단의 실력은 전문가들도 칭찬할 만큼 탄탄한 수준을 자랑한다. 성악 전공자들도 놀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다. 소문은 한국까지 알려졌다.

한국에서 발간된 남성합창곡 집에는 LA 남성선교합창단이 부른 성가 세 곡이 수록돼 있다. 반주자가 편곡한 것들이다. 미국과 한국에서까지 악보 요청이 이어진 적도 있다. 한국의 한 음악대학은 LA 남성선교합창단의 연주 실황을 유튜브에서 다운받아 합창단 공연의 샘플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LA 남성선교합창단은 15일 오후 7시 윌셔연합감리교회에서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연주회 수익금과 헌금은 한국의 낙도 곳곳에 세워진 섬 교회들의 찬송가 반주기 구입에 쓰인다. 성가대는 물론 반주자도 구하기 힘든 도서 지역 미자립 교회에 꼭 필요한 찬양의 도구다.

LA 남성선교합창단은 매년 6~7회의 각종 공연에 참여하고 있다. 개안수술 비용, 가난한 이웃돕기 등 모금행사에 초청을 받아 하나님의 사랑과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노래한다. 하지만 정기공연은 쉽게 갖지 않는다. 2년에 한 번 꼴에 불과하다.


“합창단에게 정기공연은 가장 큰 행사죠.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정기공연은 합창단의 진정한 영성과 음악적 수준을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최고가 될 수는 없어도 우리가 가진 열 가지 중에서 열 가지 모두를 드리자는 게 남성선교합창단의 각오입니다. 허투루 정기공연을 가질 수는 없는 거죠.”

정기공연에서 선보일 작품은 모두 15곡이다. 단원들은 악보 없이 무대에 오른다. 거의 2년에 걸쳐 매주 연습하며 외우고 갈고 닦은 결실이다. 단원들은 매주 3시간 동안 15개 전곡을 연습해 왔다. 보통 2~3곡을 연습하게 마련이지만 일부러 어려운 길을 선택한 것이다.

또 성가곡마다 전체와 파트별로 2장씩 CD를 만들어 일주일 내내 반복해 들으며 개인 연습을 하고 있다. 비전공자들이 악보 없이 15곡을 전문가 수준으로 연주할 수 있는 비결이다. LA 남성선교합창단의 정기공연은 이전에도 만석을 이뤘다. 사람 모으기 힘든 이민사회에서 윌셔연합감리교회의 700석이 가득 찼다.

합창단원의 평균 나이는 40대 후반이다. 먹고 살기 한창 바쁜 때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소위 ‘잘 나가는’ 사람도 없다. 주차장에는 한인들이 모이면 반드시 보인다는 벤츠 한 대도 없다. 아직 영주권을 못 받은 단원도 여럿이다. 단원들끼리 학연이나 연줄이 얽힌 사이도 아니다. 시간이 남고 여유가 있어서 모이는 게 아니다. 그래서 연습시간이 소중하고 더욱 빠질 수가 없다. 삶의 의미가 다가오고 하나님의 기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문의 (562)822-9805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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