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기도 / 마종기
2015-02-26 (목) 12:00:00
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 않게 하시고
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을
고마워하게 하소서
겨울에 살게 하소서
여름의 열기 후에 낙엽으로 날리는
한정 없는 미련을 잠재우시고
쌓인 눈 속에 편히 잠들 수 있는
당신의 긴 뜻을 알게 하소서
/ 마종기 (1939- ) ‘겨울기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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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좋아한다는 더 많이, 더 빨리, 더 멋지게는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경쟁과 이기심, 그리고 불화와 불만을 키운다. 시인의 마음은 그것을 경계한다. 우리가 조금씩이라도 불운한 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훨씬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 같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 누울 한 평의 방에 감사하며 산다면, 산다는 게 그리 힘들 것도 없겠다. 낮은 곳을 향해 영혼의 눈을 뜨는 시인의 겸허한 마음이 소중하다.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