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천루의 저주

2015-02-24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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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즈 칼리파’ ‘메카 클릭 로열 타워’ ‘타이베이 101’ ‘상하이 월드’‘파이낸셜 센터’ ‘인터내셔널 코머스 센터’ ‘페트로나스 타워스’ ‘난징 그린란드 파이낸셜 타워’ ‘울리스 타워’-.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그러니까 세계 1위에서 10위까지의 skyscraper(마천루- 하늘을 긁어댈 정도로 높은 초고층 건물)의 이름을 나열한 것이다.

현재 랭킹 1위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브루즈 칼리파’는 163층에, 높이는 828m다. 그 기록은 그러나 머지않아 깨질 전망이다.


그 첫 도전자는 중국의 위안다 그룹. 2016년 완공목표로 220층에, 높이 838m의 ‘스카이시티’ 건설에 들어간 것. 이에 뒤질세라 사우디아라비아도 도전장을 냈다. 2019년 완공목표로 한 첨탑 높이를 포함해 무려 1007m(168층)에 달하는 ‘킹덤 타워’ 건립이 그것이다.

마천루에 특히 강한 집념을 보이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현재 중국이 가지고 있는 마천루(높이 150m 이상 50층 이상 초고층 건축물)는 470개로 553개를 가지고 있는 미국에 이어 2위다. 그러나 중국의 미국 추월은 시간문제다.

현재 건설 중인 마천루는 332개로 5년 후에는 800개에 이르고, 2022년에는 1318개에 달해 미국의 두 배 이상이 된다는 것이다.

왜 그토록 마천루에 집착하는 것일까.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말 ‘천하제일’과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여튼 천하제일이 되어야한다. 그래서 지방정부마다 체면을 세우기 위해 경쟁적으로 초고층 건물 건립을 서두르고 있다는 이야기다.

부와 힘을 과시하는 마천루다. 계속 높아지려는 인간 욕망의 상징이 마천루이기도하다. 그래서인지 이 ‘현대판 바벨탑’에는 저주가 따라다닌다.

미국의 두 거부, 클라이슬러의 월터 크라이슬러와 제너럴 모터스의 제이컨 래스컵이 부의 과시 경쟁을 벌였다. 저마다 하늘을 찌르는 초고층 건물을 지은 것. 시카고의 크라이슬러 빌딩과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다.

1930년과 31년의 일이다. 그리고 미국은 대공황에 빠져들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능가하는 초고층 건물이 세워졌다. 1973년의 뉴욕 쌍둥이 세계무역빌딩이다. 그러자 뒤따른 것이 오일쇼크다. 이후 거의 예외가 없다시피 했다. ‘브루즈 칼리파’ 등 초고층도 지나, 극초고층 건물이 세워진다. 그러면 그 나라를 엄습한 게 경기불황이다.

“어느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짓겠다며 첫 삽을 뜨면 최대한 빨리 그 나라 주식시장에서 빠져 나와라.” 다른 말이 아니다. 마천루 급증은 경제 위기신호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마천루 건설 붐이 일고 있다. 서울 잠실에 123층, 555m의 제 2롯데월드가 들어서는 것을 시작으로 현대그룹의 삼성동 ‘글로벌 비즈니스센터’(115층- 571m), 마포구 상암동의 ‘서울라이트타워’(133층-640m)건립 계획 등이 속속 발표되고 있는 것이다.

이 새로운 스카이스크레이퍼들은 서울의 새 명소가 될까, 아니면 ‘마천루의 저주’를 불러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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