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생이라는 무대 공포증

2015-02-23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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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지연 / UC 버클리 재학

며칠 전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수업시간 발표 때 친구는 침착하게 스토리를 설명하고 자기주장까지 덧붙여 마무리를 잘 지었지만, 문자 내용은 달랐다.

“그날 엄청 떨렸는데, 맨 앞에서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지구가 멸망해도 날 믿어줄 거라고 느낄 만큼 반짝반짝 빛나고 힘이 되었어. 앞에서 누가 그렇게 경청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발표하는 사람은 힘이 나거든.”

나는 무대 공포증을 누구보다 잘 안다. 오디션을 볼 때면, 교수님 몇 분만 앞에 계셔도, 심장이 뛰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대사를 숨도 쉬지 않고 쏟아낸다. 수많은 리허설을 해도 막상 무대에 서면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대사를 틀리기도 한다.


많은 기자들 앞에서 말 한마디가 조심스러운 대통령의 연설이나 발표를 즐겨보는 데 그 이유도 같다. 그 무대의 무서움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의 삶이 그렇지 아니한가? 이 세상에 쉬운 직업 하나 없다. 좋은 직장은 좋은 직장대로 힘들고, 사람들이 마다하는 직장은 또 그 나름대로 힘들다.

그것을 안다면 그 ‘앎’을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로 바꾸는 건 어려운 것일까? 앉아만 있어도 힘든 비행 중에, 잠 못자고 계속 서비스를 해야 하는 승무원들은 얼마나 힘들까? 그렇게 이해한다면 승무원에 대한 갑질은 없을 것이다.

늦은 시간 남자친구 만나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성적 잘 받으려고 교수님과 술한잔 하는 여학생을 교수가 성희롱 대상으로 삼는 일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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