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약소국의 서러움

2015-02-21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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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광수 / LA

조선시대 왕이나 세자는 현 왕이나 조정이 세웠다고 해서 행세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반드시 중국의 윤허가 있어야만 했다.

수양대군이 쿠데타에 성공해 대권을 잡았을 때 중국은 조카를 죽인 이유를 들어 인정하지 않았다. 광해군이 처음 세자로 세워질 때 어머니가 궁인 출신으로 서자라는 이유로 중국의 인정을 받지 못했었다. 중국의 허락을 못 받으면 정통성이 없는 왕이 돼 신하나 백성에게 왕의 권위를 세울 수가 없었다.

외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청나라 시절, 조선의 외교관이 타국에 신임장을 제출할 때 청의 관리가 조선 외교관을 이끌고 인사를 시켰고, 외교문서를 작성할 때 청의 외교관이 서명하고 설명하면 조선 외교관은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였다.


오는 5월9일 러시아 전승기념일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 참석 여부를 놓고 미국 백악관 국가 안보 부보좌관이 이러쿵저러쿵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에 씁쓸함을 느꼈다.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이 겪은 치욕을 다시 겪나 해서다.

할 말이 있으면 조용히 외교채널을 통해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온 세상이 들으라는 듯이 말하는 것은 작은 나라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약소국은 큰 나라의 눈치를 봐야한다는 사실이 가슴을 심히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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