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치석 제거, 건치의 지름길
2015-02-17 (화)
김진수 <치과의>
문득 치대 다니던 시절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생각난다. 어린 시절 "할머니"하고 부르면 "만만해"라고 대답하시던 할머니. 그 당시는 "무슨 대답이 그래"라고 생각했었다.
할머니는 항상 소금으로 이를 닦으셨다. 치약이 아까워서라기보다는 할머니 나름대로의 소신이 있었다. 그는 "나는 평생 소금으로 이를 닦는데 썩은 이 하나 없고 치과도 한번 안 갔어"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치아에 대해 장담하시던 할머니시지만 70이 되시면서 이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틀니를 하셔야 했다.
치아 건강에 있어 가장 무서운 것은 이가 썩는 것이 아니고 치주가 허물어지는 것이다. 치아가 풍치가 생겨서 치관이 거의 다 썩었어도 치근이 튼튼하면 신경 치료와 크라운 치료로 다시 소생시킬 수 있다. 하지만 치관은 아무 이상이 없는데 치근에 치석이 깊이 파고들어가 치주 전체가 손상되면 이런 치아는 소생시키기 어렵다. 이렇듯 치주가 손상되는 현상을 일반적으로 풍치라고 일컫는다. 풍치가 극에 달해서 치아가 뼈가 아닌 연조직에 의해 지탱이 되는 상태까지 이르면 이런 치아는 구제하기 힘들고 결국 발치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무서운 풍치는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 아무리 집에서 이를 잘 닦고 관리를 잘한다고 해도 오랜 세월을 통해 천천히 조금씩 파고드는 치석은 전문의의 관리 없이 닦아낸다고 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필자의 할머니 세대는 인간 수명을 그저 80 정도로 보았다. 그러니 70, 80세가 되어서 풍치로 인해 치아를 잃어버리고 틀니를 하게 된들 살만큼 살았으니 무슨 문제가 있겠나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요즘 세상은 어떠한가. 암이나 다른 불치병이 아니라면 100살까지 사는 세상이 도래했다. 80, 90세가 되어도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게 살려면 치아를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치석 제거가 가장 중요하다. 집에서부터 주기적으로 스케일링을 함으로써 치석이 치아에 끼는 것을 애초에 방지하는 것이다. 혹시 치석이 잇몸 밑에 자리를 잡았을 때는 잇몸치료를 통해 초기에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잇몸 밑에 자리 잡은 치석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치조골이 파괴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일단 오랜 시간을 거쳐서 파괴된 치조골은 재생하기 어렵다. 잇몸 치료나 잇몸 수술을 통해 계속되는 손상을 일시적으로 저지시킬 수는 있으나 한번 심하게 파괴된 치조골을 더 이상 손상되지 않게 유지하는 것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스케일링도 더 자주해야 하고 주기적으로 잇몸 치료도 해야 한다. 여기서도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이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풍치가 생겨서 치통이 있으면 당연히 치과를 찾게 된다. 그러나 풍치는 ㅜㅇ기나 말기가 되기까지 충치와 같은 치통을 동반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무섭다고 하는 것이다. 100세 시대에 사는 지금 주기적인 검사와 스케일링은 필수적이다. <김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