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황혼의 회한

2015-02-13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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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우 / 포모나

우수수 떨어져 소복하게 쌓인 떡갈잎 가랑잎을 보노라면 으스스 하면서도 더 없이 넉넉함을 느낀다. 미수(88살)의 언덕받이에서 덧없이 쌓인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희로애락 생로병사의 삶이 굽이굽이 프리즘으로 굴절되면서 회한으로 점철되어 있다.

음률을 느껴야 할 마음의 공간이 소음으로 가득 차있다. 아름다운 무지개를 담을 여백도 없이 자기기만과 정당화로 자화자찬 일색이다.

논리적 사유 없이, 푸른 하늘을 쳐다보지도 못한 채, 내 안의 반경에서 서성거리며 아량과 깊이가 없는 인생으로 투영되기만 한다. 마음의 여백이 없는 삭막한 사람일수록 어떤 감동적인 시나 아름다운 음악도 울릴 수 없다고 하였던가.

그렇다. 비록 하나하나 잃어만 가는 상실의 나이일망정 휙휙 지나가는 세월의 고단한 바람에 뒤범벅되지 말고 남은 시간을 소담스레 받아들이며, 회한 많은 늙은이 되지 않도록 오늘도 사과나무를 심어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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