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세상 / 도종환
2015-02-10 (화) 12:00:00
이 세상이 쓸쓸하여 들판이 꽃이 핍니다
하늘도 허전하여 허공에 새들을 날립니다
이 세상이 쓸쓸하여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유리창에 썼다간 지우고
허전하고 허전하여 뜰에 나와 노래를 부릅니다
산다는 게 생각할수록 슬픈 일이어서
파도는 그치지 않고 제 몸을 몰아다가 바위에 던지고
천 권의 책을 읽어도 쓸쓸한 일에서 벗어날 수 없어
깊은 밤 잠들지 못하고 글 한 줄 씁니다
사람들도 쓸쓸하고 쓸쓸하여 사랑을 하고
이 세상 가득 그대를 향해 눈이 내립니다
/ 도종환 (1954-) ‘쓸쓸한 세상’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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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어나고 새가 날고 파도가 그치지 않고 해변을 달리는 것이 쓸쓸함 때문이라 한다. 쓸쓸하고 외로워 시인은 한 줄의 시를 쓰고 사람들은 사랑을 찾아 헤맨다. 만일 쓸쓸하지 않다면 우리는 아마도 정물처럼 만족의 프레임 안에서 움직이지 않을 것 같다. 삶은 부족하여 아름다워지는지 모른다. 그러니 쓸쓸한 날들이 오거든 기꺼이 쓸쓸해도 좋겠다. 쓸쓸함이 꽃이 되고 눈이 되고 시가 될 때까지.
<임혜신 /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