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세계적인 재벌그룹들이 있다. 이러한 재벌들은 남한만의 특이한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성장했다. 그들은 1960~70년대에 한국정부가 주도한 경제개발정책의 일환으로 많은 재정과 행정적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다. 재벌들은 다양한 업종들에 참여하기 위하여 법적으로 독립된 계열사들을 설립했고, 그들의 기업성장에 필요한 거대한 자금을 주식시장에서 충당해왔다.
이 과정에서 개인소유였던 재벌기업은 공적인 주식회사로 변신한 것이다. 이러한 주식회사는 재벌들의 개인 소유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재벌기업을 재벌가의 소유물이라 간주하며, 재벌세습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재벌가족들은 기업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재벌그룹 계열사들 간의 순환출자나 상호투자 방법을 쓰고 있다. 이러한 방법은 계열사 간의 투자이니 재벌가에서 새로운 자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갑과 을이란 회사가 똑같은 금액으로 상호 투자하면, 실질적인 자금지불은 없지만 기업을 통제할 수 있는 주식 지분율이 상승한다.
이러한 상호투자가 여러 계열사 간에 이루어지면, 재벌가는 소규모의 자금 만으로도 많은 계열사들을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재벌들이 ‘문어발’ 형식으로 그들의 사업을 팽창할 수 있었던 이유다. 재벌기업들이 팽창함에 따라 그들의 경제 집중력과 독점력도 확대됐다.
한국정부는 재벌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독점을 막기 위하여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예를 들면 상호투자 한계 설정, 순환투자 금지, 신규 투자총액 제한, 재벌총수 불법행위 처벌, 사외 이사제도 확장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성장이 둔화할 때마다 재벌기업들의 경제활동이 둔화한다는 이유로 재벌 규제법들을 완화하거나 완전 폐지하고 또 법을 위반한 재벌총수들을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결과적으로 한국경제 및 경영 민주화는 그 속도를 늦추게 되고, 재벌가의 경제력 집중 및 경영 지배력은 계속 상승한다.
한국경제가 급성장하여 일인당 국민소득 연간 3만달러 시대가 오는데 무엇이 문제냐 라는 질문이 나온다. 한국식 재벌구조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경제구조가 불균형하고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경제에서 30대 재벌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판매량을 기준할 때 거의 97%에 달한다. 반면에 그들의 고용율은 전체 고용의 10%에 미달한다.
두 번째 문제점은 재벌세습 제도가 폐쇄적이고 불공정 하다는 것이다. 초창기 제 1세대 재벌총수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신화적인 영웅들이다. 2세 총수들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1세 총수들 밑에서의 실질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경영기술을 습득했다. 하지만 3세 후손들은 부유한 가정환경에서 자질계발의 절실한 노력 없이, 또 안정된 기업환경에서 검증된 경영실력 없이 경영진에 투입되는 것이다.
이러한 후손들이 최고경영진에 투입될 때 그 회사의 경영실적이 둔화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재벌기업이 개인 소유물이라면, 누가 경영권을 계승 하든가 왈가왈부 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재벌기업은 개인 소유물이 아니다. 일본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재벌세습 제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재벌경영인이 비 재벌 전문경영인 보다 우수하다는 견해가 있다. 전자는 자기 재산에 대한 애착심 때문에 성실한 경영을 할 것이고, 또 해고당할 우려가 희박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경영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후자는 소유자의 단순한 대리인이기 때문에 소유자의 이익 보다는 자신의 보수나 권한을 증가하는데 전력을 다한다는 것이다.
내 의견은 좀 다르다. 경영인은 누구든지 자기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본다. 재벌경영인은 소자본을 갖고 방대한 기업을 통치하는데 전력을 기울일 것이고, 전문경영인은 자기의 보수나 직위가 자기의 경영실적에 따라 결정됨으로 경영 성과를 올리는데 주력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세습제도는 공정성이 희박하고 경영 성과를 취약하게 한다. 재벌세습 제도를 고집하면 한국이 건전한 경제성장과 안정된 사회를 건설하는데 차질이 생길 것이다.
지금 한국은 경제규모로 볼 때는 선진국 대열에 서있으나, 선진국이라고 불리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선진국이 되려면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경제활동이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둘째는 조직의 통치권이 혈통이 아닌 검증된 자질에 따라 결정되며, 셋째는 약한 자를 배려하는 사회를 건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 먼저 비생산적인 세습 제도를 개선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