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디어 다이어트

2015-01-28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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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사회성에 문제가 있으며 주의 집중을 못하고, 성적은 나쁘며 비만인 아이. 자녀를 이런 아이로 키우고 싶은 부모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알게 모르게 자녀를 이런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에 나열한 조항은 아이들이 TV나 아이팻, 비디오 게임 등 스크린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낼 때 나타날 수 있는 결과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가정 어느 아이들이나 안고 있는 보편적 문제이다.

부부가 맞벌이하며 자녀를 키우다 보면 울며 겨자 먹기로 활용하는 것이 TV나 아이팻 혹은 스마트폰이다. 할 일은 많고 아이는 보챌 때 한순간에 아이를 조용하게 만들어 주는 ‘베이비시터’로 그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세 살, 다섯 살의 아들 둘을 키우는 30대의 한 한인 주부도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할 때면 아이팻을 빼놓지 않고 챙긴다. 식당이나 마켓 등에서 아이들이 지루해하면 달리 달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팻을 주면 아이들이 얌전해지니 ‘부작용’을 알면서도 이용하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조용한 식당에서 아이가 보채며 울면 어쩔 수가 없어요. 다른 손님들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달래는 게 점점 (아이에게) 버릇이 되니 문제이지요.”

미국 소아과학회에 의하면 2세가 되기 전까지는 TV나 아이팻 등에 일체 노출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좋다. 2세 이상 어린이들의 하루 적정 시청시간은 1~2시간. 대부분 가정에서 이를 초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관련조사에 의하면 미국의 8세 아동들의 평균 시청시간은 하루 8시간, 10대의 경우는 11시간 정도.

그 결과 나타나는 부작용은 첫째가 비만. TV 앞에 붙어있다 보면 몸을 움직이는 운동을 못하게 되고, 정크푸드를 끊임없이 먹게 되어서 결국 비만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둘째는 수면 부족. TV나 컴퓨터에 붙어있다 보면 잠이 부족해 만성 피로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셋째는 행동장애. 초등학생이 하루 두시간 이상 컴퓨터를 하거나 TV를 시청하면 정서적으로 문제가 생기고, 주의 집중이 안되며 사회성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넷째는 성적 부진. 자기 방에 TV가 있는 초등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성적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에게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를 방치한다면 이런 부모는 ‘문제 부모’가 아닐까? 그러니 이런 부모는 벌금형에 처하겠다는 것이 타이완 정부의 입장이다. 18세 미만의 자녀가 전자기기를 너무 오래 사용할 경우 부모에게 벌금형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한 법안이 최근 타이완 의회를 통과했다.

어느 정도가 너무 많은 시간인지, 어떻게 이를 적용할 수 있을 지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부모들에게 주는 경고는 분명하다.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다이어트는 ‘미디어 다이어트’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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