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의 마지막 일 년이라면

2015-01-23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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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니카 이 / 심리상담사

어린 시절 새 학기의 첫 수업시간, 새 공책을 열고 최대한 예쁜 필체로 첫 장을 채우던 설렘으로 을미년 새해를 맞았다. 인생에도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어서 지난해의 후회와 아쉬움을 ‘과거’란 이름으로 매듭 지어 보내고, ‘새해’라는 새 마디에 새로운 계획과 희망을 담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부지런히 새해 계획(New Year’s Resolution)과 목표를 세운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어제가 오늘처럼, 내일도 오늘의 연장선처럼 별 느낌과 감흥 없이 떠밀리듯 새해를 맞이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또한 어떤 이들에게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암울하고 막막한 회색빛 현실을 짊어지고 우울함과 절망의 사막을 걷는 새해일 수도 있다.

각자의 상황과 형편에 따라 새해가 다른 의미와 느낌으로 다가 오지만, 분명한 것은 ‘평생 다시 오지 않을 2015년이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졌다’는 사실이다. ‘인생의 저금통장에 입금된 365일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는 나의 몫이다.


만약 어렵고 힘든 형편과 현실에 눌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면, 그 상황이나 사람을 바꾸려고 애쓰는 에너지를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시키는 것이 내가 진정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방법이다. 또한 좋은 책이나 영화, 때론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 (perspective)을 바꾼다면, 짓눌린 절망감과 무기력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는 새해가 될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 사는 62%의 사람들이 새해 계획을 세운다고 한다. 나도 지난 2-3년 동안은 특별한 계획 없이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었다. 일 년이 어찌나 빠른지 12개월이 아니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계속 반복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오늘 서른살 된 아들을 심장마비로 떠나보낸 어느 노부부를 상담한 후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당연히 누리게 될 2015년의 365일이 내게 100% 보장된 시간이 아닐 수 있음을 알았다. ‘2015년이 내 생애 마지막 일 년이 될 수 있다’ 생각하니 새해를 맞이하는 삶의 태도가 확연히 다르게 다가왔다.

예전의 새해계획들은 ‘옷 사이즈 한개 줄이기’ ‘일 년에 책 30권 읽기’ ‘석 달에 한 번 공연이나 전시회 가기’ 등 ‘목표 지향적’이었다. 그러나 ‘올해가 생의 마지막 일 년이라면’이란 질문을 던지니 ‘지금 이 순간을 누리고 하루하루를 꼭꼭 씹어서 음미하며 살고 싶다’는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 중 몇 개를 나눈다. ‘멀티 태스크(multi-task)’의 함정 대신 ‘한 번에 한 가지씩’ 몰입의 즐거움을 누리고자 한다. ‘할 수 있는 만큼’을 기억하며 기쁨으로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일하고, 할 수 없을 때는 정중히 거절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려 한다. 그리고 감사함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질 때 더 자주 표현하려 한다.

그래서 새해 첫 칼럼에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만날 때에 “글 잘 읽고 있어요” “언니 글은 마음이 따뜻해져” “위로와 힘이 돼요” 등의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주던 지인들, 이메일이나 전화로, 또한 직접 찾아오셨던 내담자들과 지면을 통해 만나온 독자들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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