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논쟁
2015-01-22 (목) 12:00:00
미국에서 안락사 논쟁에 불을 당긴 사람은 잭 케보키언이다. 80년대부터 ‘죽을 권리’를 주장한 그는 90년대 루 게릭 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안락사 시킨 과정을 비디오로 녹화해 CBS 방송 프로를 통해 공개해 유명해졌다. 9년간 130명을 안락사 시킨 케보키언은 2급 살인죄로 기소돼 수감됐다 가석방으로 풀려난 후 2011년 사망했다.
그는 갔지만 안락사를 둘러싼 논쟁은 그치지 않고 있다. 작년 10월 브리트니 메이너드가 ‘인간답게 죽을 권리’를 찾아 존엄사를 금지하고 있는 가주에서 이를 허용하고 있는 오리건으로 이주하면서 이 문제는 새롭게 주목받게 됐는데 앞으로도 이에 관한 논쟁이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가주 의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이를 허용하는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살의 나이에 뇌암 말기 판정을 받고 존엄사를 택한 메이너드의 남편과 모친은 21일 새크라멘토의 의사당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한 “죽기로 결정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옵션이 있었다는 것은 브리트니에게 큰 위안이 됐다”며 “브리트니에게 약속한 대로 가주에서도 사람들이 이런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밝혔다. 존엄사 인정 법안 지지자들은 의회가 이를 통과시키지 않을 경우 2016년 주민 투표에 부치겠다며 주민 발의안 준비도 시작했다.
뇌암 불치 판정을 받은 메이너드는 죽기 전 큰 고통이 따를 것을 예상하고 “평화롭게 죽고 싶다”며 자신이 존엄사를 택한 이유를 설명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으며 전 세계에서 1,100만명이 이를 시청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오리건과 몬태나, 뉴멕시코, 버몬트와 워싱턴 등 5개 주가 존엄사를 인정하고 있으며 가주에서는 2005년과 2006년에 존엄사 허용 법안이 주 의회에 상정됐으나 자살을 반대하는 종교 지도자들과 “의사의 임무는 생명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살리는 것”이라는 가주 의사협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들은 자살 방조를 허용할 경우 의료비 절감이나 유산 상속을 노린 가족들에 의해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도 자살을 강요당하는 사례가 반드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에서도 존엄사를 허용하는 국가는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와 스위스 등으로 몇 안 된다. 네덜란드는 지난 2000년 최초로 존엄사를 허용하는 법을 제정했다.
치료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식물인간 상태로, 혹은 큰 고통 속에 죽어가는 것을 바라봐야만 하는지, 아니면 원하지 않는 죽음을 강요당하는 부작용을 무릅쓰고 이를 허용해야 하는지 존엄사 허용 여부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