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5-01-20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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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매우 시끄럽습니다.
대지의 열 손가락이모두 분홍색입니다.
대지는 자꾸 뭔가 해명하려 하고 있습니다.
어디 갔나
나무와 같이 서서 얼어붙던 산속의 정적
어제 불던 칼바람도
피를 녹이러 산을 떠났습니다.
주검을 등지고
서둘러 깨어난 몸들이여,
그렇게 한꺼번에
많은 말을 꺼내려 하지 마오
사각사각 소리만 나도
이미 대지는 눈물로 번득입니다.
살갗이 까지고
드디어 피가 돋아나는 세상의 나무들
누구나 뛰어들고 싶은 저 아래
지금 매우 시끄럽습니다.
악, 소리를 지르며 지하의 꽃들이 양수를 터뜨리고
떫고 비린 냄새가 올라옵니다.
별들은 오히려 조용합니다.
더 높은 데 저쪽에서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습니다.

/ 최문자 (1943- ) ‘해동’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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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북극 마을 어디선가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이 몸을 풀고 있다. 산등성이 몰아치던 칼바람도 떠나고 숨죽여 엎드렸던 대지의 몸에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전하려는 듯 화색이 돈다. 땅 속에 숨은 꽃들이 양수를 터뜨리며 깨어나는 이 즐거운 바스락거림. 주검처럼 춥고 어두웠던 겨울이 떠나려 하니 대지의 얼굴에 짐짓, 인고의 기쁨이 눈물로 스친다. 저 먼 곳의 별들, 이 낮은 곳의 작고 눈부신 기쁨들을 가만, 가만 내려다본다. 보석처럼 고요한 생명의 설렘, 머지않아 시끌벅적 봄이 오겠다.

<임혜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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