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행기 일등석

2014-12-13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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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영희 / 수필가

지난달 한국여행을 계획하면서 남편이 그 동안 차곡차곡 쌓아놓은 마일리지 덕분에 일등석 한번 타보는 기회가 주어졌다. 여행준비를 하며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미소. 만나는 사람들한테 이번엔 일등석 타고 간다고 자랑질(?)하는 내 모습이 속물 같아 한편으론 부끄러웠지만 설레는 마음에 한국 갈 때까지 즐거웠다.

공항엔 일등석 라운지가 따로 있고 샤워실 부터 미팅룸 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대우 받는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를 느낄 수 있었다. 간단한 식사와 음료수가 준비되어 있었다. 비행기에 오르고 승무원의 깍듯한 인사를 받으며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봤다. 총 8개의 좌석 중 달랑 우리 두 사람뿐이다. 마치 특별한 위치에 오른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일등석이 안겨주는 이런 느낌 때문에 가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다. ‘라면 상무’에 이어 최근 대한항공 오너의 딸이 일으킨 ‘땅콩 리턴’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한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아 비행기를 되돌리고 승무원을 내리게 하는 횡포를 저질러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일등석에 타게 되면 어떤 우월감이 생기나 보다. 부와 명성을 가진 재벌이라면 그에 걸 맞는 의식과 에티켓도 같이 따라야 하는데 그러는 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비행기 일등석에서 재벌 딸이 보여준 안하무인의 자세는 오늘날 한국 재벌가의 전반적인 태도를 잘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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