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4-12-11 (목) 12:00:00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늦가을 평상에 앉아
바다로 가는 길의 끝에다
지그시 힘을 준다
시린 바람이
옛날 노래가 적힌 악보를 넘기고 있다
바다로 가는 길 따라가던 갈대 마른 꽃들
역광을 받아 한 번 더 피어 있다.
눈부시다.
소금창고가 있던 곳
오후 세 시의 햇빛이 갯벌 위에
수은처럼 굴러다닌다
북북서진하는 기러기떼를 세어보는데
젖은 눈에서 눈물 떨어진다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
/ 이문재(1959- ) ‘소금창고’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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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에 앉아 멀찍이 바라보는 소금창고의 풍경이 한없이 쓸쓸하다. 마른 갈대가 하오의 창백한 햇살을 받아 꽃대궁처럼 휘어지고 기러기떼 하늘을 가로질러 나르는 초겨울, 부서지고 뜯겨나간 소금창고에 오래된 노래처럼 바람이 스며든다. 마흔이라는 생의 작은 모퉁이에서 잠시 눈시울이 젖는 화자. 빛바래 현실 저 멀리 하얗게 소금꽃으로 떠오르는 추억들은 낡고 멀어서 더욱 눈부시고 애잔하기만 하다.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