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해켓, 파퓰러사이언스 DIY 칼럼니스트

2014-12-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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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둠스데이 자전거 발전기

구리 전선은 현대 문명을 존재하게 해주는 전력공급 인프라지만 매우 약하다.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동북부를 덮쳤을 때만 해도 수㎞의 전선이 유실되면서 대규모 정전사태가 일어났다. 물론 샌디 수준의 대형 태풍은 100년 만에 한 번 꼴로 찾아오는 드문 자연재해지만 21세기 말이 되면 연례행사가 될지도 모른다.

보편적인 가정용 보조발전기는 휘발유나 경유를 연료로 쓰지만 대형 재해 상황에서는 연료공급도 끊길 수 있다. 즉 가장 훌륭한 전력 공급원은 인력(人力)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폐 스쿠터에서 모터를 분리한 뒤 파이프로 모터의 축과 자전거의 뒷바퀴를 잇는 프레임을 제작했다. 이후 출력 조절을 위해 직접 만든 충전회로와 모터를 연결하고, 딥사이클(deep cycle) 납산 배터리에 전력이 저장되도록 배선했다. 여기에 배터리의 12V 직류를 220V 교류로 바꿔줄 인버터를 장착하면 끝이다.


자전거에 올라타 열심히 페달링을 하자 약 150W의 전력이 만들어졌다. 백열전구 몇 개를 밝힐 수 있는 수준이다. 3~5분간 온 힘을 다해 페달을 돌리면 휴대폰을 완충할 전력이 생산된다. 이제 대형 자연재해가 닥쳐 전력이 끊겨도 필자는 걱정이 없다.

마음껏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냉장고의 차가운 맥주를 꺼내 마시며 전력망 복구를 기다리면 된다.


# 재미있는 사실: 모든 모터는 발전기다. 모터에 전기를 공급하면 모터 축이 회전한다. 이와 반대로 모터 축을 회전시키면 전기가 발생한다.

# 경고: 납산 배터리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면 발화되거나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 150W: 필자가 만들어낸 전력량

# 250W: 프로 사이클 선수가 만들 수 있는 전력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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