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명나라의 작가 능몽초가 지은 소설 중에 자식이 없어 한이던 부부의 이야기가 있다. 이 부부가 만년에 아들을 얻게 되자 부부에게는 이 보다 귀한 보물이 없었다. 아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다 해주며 지극 정성으로 키웠다.
그런데 그것이 잘못이었다. 부모가 너무 떠받들며 키우자 아들은 세상에 자기 위에는 사람이 없는 줄로 여겼다. 노름과 술 등 못된 버릇들만 배우더니 결국 아버지에게 주먹다짐까지 하는 막되어 먹은 인간이 되었다.
노부모의 상심이 얼마나컸을 지 짐작이 간다.
그 아들의 건방지고 오만방자한 태도를 표현하기 위해 작가가 쓴 말이 목중무인(目中無人)이었다. 여기서 유래해 우리에게 친숙한 표현이 안하무인(眼下無人)이다.
교만이 하늘을 찔러서 안하무인인 사람들이 있는데 요즘 대한항공의 조현아(40) 부사장이 비슷한 구설수에 올랐다. 한국의 언론들뿐아니라 월스트릿 저널, 워싱턴 포스트, 가디언, BBC 등 세계 주요언론들, 하다못해 알자지라 방송까지 ‘Cho Hyun-ah’ ‘Korean Air’를 보도하고 있으니 바이런이 따로 없다.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져 있더라”는 말 그대로이다.
발단은 마카대미아였다. 마카대미아가 낯선 한국에서는 그냥 ‘땅콩’으로 표현한다. 1등석에 앉아있던 조 부사장에게 승무원이 마카대미아를 ‘봉지 채’ 건넨 것이 ‘죽을 죄’였다. 접시에 담아서 냈어야했다는 것이다. 조 부사장은 “무슨 서비스를 이렇게 하느냐”며 호통을 치고 사무장을 불러 야단을 치더니 그도 모자라서 활주로로 향하던 비행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 기내에서 쫓겨난 사무장은 다음날 다른 비행기 편으로 한국으로 돌아갔다. 250명의 승객은 비행기가 갑자기 탑승구로 돌아가자 연유를 몰라 불안했고, 그 과정에서 10여분 이륙이 지체되었다.
뉴스가 보도되자 비난, 분노 그리고 무엇보다 어이없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특히 미국내 보도들은 다분히 조롱조. "비행기 이륙이 늦어진 경험은 누구나 한다. 악천후나 기계 고장, 혹은 활주로에 비행기가 밀려있을때… 하지만 마카대미아 서브를 잘못해서 이륙이 늦어졌다? 정말 새로운 일이다.” 등. 방송에서 계속 ‘Korean … ‘이 언급되니 “나라 망신 같더라”는 한인들도 있다.
턱없이 오만한 사람을 안자지어(晏子之御)라고 부른다. 안자의 마부라는 뜻이다. 안자는 춘추시대 제나라의 재상인 안영. 재상이 외출할 때면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를 탔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은 존경의 눈빛으로 길을 비키거나 엎드리곤 했다. 그러자 우쭐해진 인물은 엉뚱하게도 마부. 자신이 대단해서 사람들이 설설 기는 줄 알고 기고만장해진 것이었다.
한국에서 재벌가 2세 3세들의 안하무인 행태가 종종 화제가 된다.
힘들이지 않고 너무 많이 가져서 생긴 특권의식이 문제이다. 조현아 부사장만 해도 입사 14년 만에 부사장이 되었다. 조양호 회장의 딸이 아니었다면 상상도 할 수없는 초고속 승진이다. 자신의 능력보다는 ‘아버지’ 덕분에 얻은 자리 - 일종의 안자지어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재벌가의 이미지가 좀 개선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