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당신 멋져!’

2014-12-04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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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창흠 / 뉴욕지사 논설위원

어느 덧 한 해의 끝자락인 12월이다. 12월은 한 달 내내 술자리가 이어지기 마련이다. 술자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술, 안주, 그리고 주당이다. 그런데 송년모임이 잦은 요즘에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으니 그게 바로 건배사가 아닌가 싶다.

예전에 건배사는 윗사람, 연장자 등 ‘높으신 분들’이나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요즘엔 각종모임에서 돌아가면서 하는 추세다. 이제 술자리의 건배사는 특정인이 도맡아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반드시 거쳐야하는 통과의례처럼 된 것이다.

어떤 이들은 모임에 참석할 때 술보다 건배사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30초 정도의 짧은 건배사로 모임의 스타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일순간에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드는 눈치 없는 사람으로 인식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건배사는 제창자의 품위, 인격과 감각을 드러내고 분위기를 띄운다. 너무 길면 곤혹스럽고, 보기 민망하다. 판에 박힌것은 싱겁고, 지나치게 야하면 분위기를 썰렁하고 어색하게 만들 수도 있다. 건배사는 ‘건전하고,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얘기다.

흔히 준비된 연사만이 박수받은 자격이 있다고 한다. 건배제의도 마찬가지다. 미리 준비해 두면 실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멋스럽게 분위기를 잘살릴 수 있다. 송년회나 술자리 모임에 가기 전에 미리 준비해 두는 것도 센스란 말이다.

건배사를 준비할 때는 유념할 것들이 있다. 우선, 건배사는 짧고 명료해야 한다. 여자의 스커트 길이, 식사 전의 기도와 함께 모든 행사의 축사와 인사말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는 말처럼 길면 안 된다. 건배사는 ‘30초의 특별한 승부’며 예술이기 때문이다.

또한 건배사의 내용은 모임의 목적을 먼저 생각하고 참석자 모두 공감할 수 있으며 단합을 다지는 잔잔한 감흥을 일으키는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등산모임 건배사는 ‘산은-정상까지(잔을 높게들면서), 하산은-안전하게(잔에 내리면서), 등산은-수준대로(잔을 모으며)’처럼. 골프동호인의 송년회에서는 ‘드라이버는-멀리, 퍼터는-정확하게, 아이언은-부드럽게’나 ‘올보기-올해도 보람 있고, 기분 좋게 지냅시다, 올파-올해도 파이팅 합시다, 올버디-올해는 마음속에 욕심을 버리고, 디~이게 오래 건강하게 삽시다, 원샷-원하는 방향과 거리만큼 샷은 정확하게!’ 등이 괜찮지 않을까 싶다.

동창이나 동문회 모임에서는 ‘술잔은-비우고, 마음은-채우고, 전통은-세우자’나 ‘선배는-끌어주고, 후배는-밀어주고, 스트레스는-날리자’등의 건배사를 권하고 싶다. 건설하는 한인들이라면 ‘재미있고, 건강하게, 축복하며 살자!’는 의미가 담긴 ‘재건축’은 어떨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건배사로는 좀 구식이긴 하지만 ‘당신 멋져!’다. 삶의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바쁜 이민생활 속에서 ‘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살면서 때로는 남에게 져주자’라는 ‘당신 멋져!’의 건배사에는 남을 이해하고 멋지게 져주면서 살 수 있는 여유로움의 뜻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 출발을 하자는 의미의 각종 술자리 모임이 잦은 계절이다. 어떤 술자리에 가든 무작정 나서지 말고, 올 한해자신의 마음에 쏙 들어온 명언, 명구 한 구절정도는 가슴에 담아 자신만의 건배사로 진심을 전해보자. 그러면 자신뿐 아니라 그 자리에 함께한 모든 이들이 행복해지지 않겠는가?

자, 술잔을 들고 외쳐보자.

‘당신-멋져!’라고. 술잔을 놓고 박수도 다 함께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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