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 콘서트’ 논란
2014-12-04 (목) 12:00:00
월터 듀런티는 한 때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의 하나였다.
스탈린 집권 기간 뉴욕타임스 모스크바 특파원으로 재직하며 그가 소련에서 보내온 기사들은 당시 ‘진보적 지식인’들에게는 바이블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글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소련을 인정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1929년에는 서방 언론인으로는 처음 스탈린과 단독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공을 인정받아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친 소련성향 기사는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을 일찍부터 받아왔다. 그는 러시아는 서방과 달리 “아시아적”이기 때문에 개인주의나 사유 재산 같은 개념은 생소한 것이며 독재와 공동체의 노력을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본다고 썼다. 그는또 스탈린의 무자비한 집단 농장화를 “아시아적 사고방식을 가진 대중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정당화하고 스탈린의 고의적인 농민 아사 정책으로 수백만의 우크라이나 인이 굶어 죽었다는 서방 보도를 악의적인 왜곡으로 매도했다.
이에 대해 스탈린은 ”듀란티는 우리나라에 대한 진실을 말하려 한 사람’이라고 화답했다. 미국내 ‘진보적’ 언론의 태도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네이션’지는 그의 기사야말로 “위대한 나라에 대한 가장 공정하고 깨어 있는 보도”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그의 개인적인 서신이 공개되면서 그가 우크라이나 농민 대량 아사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은폐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진보적인 가치’를 건국이념으로 내세운 소련 편을 들기 위해 소련에불리한 사실은 지속적으로 축소 내지는 무시해 온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뉴욕타임스도 나중에 이를 시인했다.
요즘 한국에서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황선 전 민노당 부대변인의 ‘종북 콘서트’ 논란이 시끄럽다. 황선은 북한에 가 제왕절개 수술로 평양에서 자식까지 낳은 사람이다. 이들은 지난달 서울 조계사의 한 행사장에서 자신의 북한 방문 경험을 소개하며 “북한 사람들이 젊은 지도자 김정은에 대한 기대감에 차 있고 희망에 차보였다”며 “젊은 지도자가 나타나 삶을 더 활기차고 발전적이며 생산적으로 이끌어갈 것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하는가 하면 “한국 언론들이 유엔의 김정은 국제형사재판소 회부 이야기를 하며 떠들썩한데 실제로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 정권하에 있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 북한은 20만 명이 강제수용소에 수감돼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있고 장성택 같은 2인자도 하루아침에 역도로 몰려 일가족이 몰살당하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평양에 잠깐 머물다 돌아갈 외부인한테 북한 주민들이 진실을 말할 수 있다고 본다면 순진해도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다. 레닌은 서방의 친소 지식인들을 ‘쓸모 있는 백치들’이라고 불렀다. 북한에 며칠 다녀왔다고 북한을 다 아는 것 같이 떠드는 사람들은 자신이 김정은 정권의 노리개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