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용 .배려 중시하는 ‘도시 신앙의 거점’
존 라커펠러 유럽여행 중 종교시설 영감받아 자금 기부
1930년 네오고딕 양식으로 완성....‘세계 최대 편종’ 74개의 종
컬럼비아대 캠퍼스를 나와 브로드웨이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특별한 학교들을 잇달아 지나게 된다. 버나드 여대를 비롯해 유니언신학교, 줄리아드 음악원(분관), 맨하탄 음대 등이 길 하나 건널 때마다 얼굴을 바꾼 채 등장한다. 맨하탄 북서쪽에 자리한 일종의 학생가인 셈. 한적한 분위기가 도시의 근원적 생동감과는 다르나, 그 지적 안정감이 뒤섞인 공기 아래 방문자의 마음까지도 한결 가벼워지는 듯하다.
▲대형 교회의 위용을 느끼다
브로드웨이를 따라 걷다, 121번가 코너에서 인근 허드슨 강 쪽으로 꺾었다. 그러자 바로 마주하는 대형 교회의 위용이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119m(엘리베이터로 20층에 올라가면 전망대 있음)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교회로도 널리 알려진 ‘리버사이드 교회 (Riverside Church)’다. 이름처럼 허드슨 강변에 자리한 이 교회는 고풍스러움과 자연의 조화가 어느 곳보다도 두드러진다.
존 라커펠러가 유럽 여행 중 종교 시설에 대한 영감을 받아 자금을 기부, 이를 미국 침례교단 헤리 포스딕 목사의 주도 아래 지은 것이 시초였다. 1930년 네오고딕 양식으로 완성된 이 교회는, 74개의 종에 더해 ‘세계 최대의 편종’까지 자리한 것으로도 널리 알려진다.
▲개방적 신앙 넘어 도시의 신앙적 거점으로
사실 이 교회가 유명해진 데는 영성의 깊이에 더해, ‘종교가 다분히 금기시한’ 정치적 목소리에 기반한 바가 컸다. 미국 사회가 혼란하던 시기마다 목소리를 내온 교회의 사회적 존재감이 이곳의 명성을 대내외에 각인시킨 것이다.
1967년 4월 4일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이곳에서 베트남전 반대 연설을 남긴 것이 대표적. 이후에도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을 비롯해 빌 클린턴 대통령, 제시 잭슨 목사 등이 혼미한 사회에 중요한 일성을 던졌다. 그것은 정교 분리 원칙을 위반한 교회의 세속화가 아니라, 미국의 진로가 역행한다고 느낄 때마다 던지는 진중한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했다.
이 밖에도 리버사이드 교회는 보수적 기독교 신앙과 일정한 거리를 둬온 역사를 갖고 있다. 동성애와 연관된 LGBT 운동에 우호적인 데 더해, 에이즈 재활 프로그램이나 이민자 정책에도 여러 가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또한 평화와 인권, 소수자 우대 정책 등에도 각별한 관심을 쏟아 종교적 관용과 배려를 중시하는 정책으로 뉴요커들의 호평을 받았다.
현재 이 교회는 ‘도시의 신앙적 거점’이라는 본래 목표에 더해, 지역 사회 내 소셜 센터로서의 역할까지도 충실히 다하고 있다. 교회에 자리한 유치원과 강당, 도서관, 교실, 운동시설 등을 통해 지역에서 소외되는 이들에게 다양한 문화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교회가 지닌 고유의 영성에 더해 사회 복구와 안전망을 더하려는 지성적 사회 참여이기도 하다.<이수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