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실명제 개정안 시행
▶ 친지·지인명의 거래 불법… 인출 급증
한국내 친지명의로 60만달러 상당의 현금을 분산해 보관하고 있던 한인 이모(58)씨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차명계좌의 현금을 모두 찾은 뒤 부산 지역에 아파트 한 채를 구입했다.
이씨는 “금융실명제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합의된 차명계좌도 모두 불법으로 간주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궁리를 하다 결국 아파트를 구입하게 됐다”며 “지난 7월부터 해외금융계좌 정보교환법(FATCA)시행에 따라 내 명의로 계좌를 개설할 수 없어 일단 급하게 부동산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29일부터 ‘차명거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금융실명제 개정법안의 시행으로 형사처벌이 강화되면서 한국에 있는 지인이나 친지의 명의로 차명계좌를 이용했던 미주 한인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하 차명거래 금지법)이 지난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29일부터 모든 차명거래가 불법으로 간주된다.
이전의 금융 실명제법은 실소유자와 명의자 합의 때 차명거래를 허용해 왔다.
이 때문에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이 한국내 친지나 지인의 명의로 계좌에 예금을 분산시켜 보관해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에 따라 앞으로는 불법재산 은닉, 자금세탁, 조세포탈, 강제추심 회피 등을 목적으로 한 차명계좌는 원천 금지되며 모든 차명거래와 무관하게 재산은닉 등 불법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특히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차명계좌의 소유주는 원칙적으로 통장 명의자가 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이전에는 차명계좌에 대한 소유권과 관련된 규정이 별도로 없었지만 개정안 시행 이후 소유권을 놓고 분쟁이 생기면 실소유자는 소유권 분쟁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즉, 친지나 지인에게 명의를 빌려줘 추후 소유권 분쟁소송이 발생할 경우 이 과정에서 차명거래 행적이 드러나 형사처벌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최근 한국 은행권에는 미주 부유층들을 중심으로 차명거래 금지법에 대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한인은행의 한 프라이빗 뱅킹 관계자는 “미주 지역 내 상당수의 한인들이 한국 내 친지나 지인들의 명의로 차명계좌를 보유하고 있어 이와 관련된 문의가 최근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은행 측에서는 고객이 불안하면 아예 인출해서 현금이나 금 등 실물로 보유하라고 권하지만 거주지를 미국에 두고 있는 경우 현금으로 보관하기가 어렵고 미국의 해외계좌 납세 순응법(FATCA) 때문에 그냥 부동산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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