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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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해부’ 실제처럼 생생

2014-11-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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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 가상 해부 테이블’ 개발 최원철 박사

“실제 해부처럼 끔찍하다고요? 그럼 제품 개발이 성공했다는 말입니다. ”

3D기술을 의료 분야에 활용한 ‘가상 해부 테이블’로 실리콘밸리 성공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아나토마지(Anatomage)’사의 창업주 최원철(46·사진·미국명 잭) 박사.

그가 개발한 가상 해부 데이블은 의대생들이 실제 시신을 대신해 해부학 실습을 할 수 있게 한 획기적인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탠퍼드 대학을 비롯한 많은 명문 의대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고려대학교가 최근 이 제품을 처음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2012년 최 박사가 개발에 성공해 세상에 첫 선을 보인 가상 해부 테이블은 80인치(가로 76㎝, 세로 213㎝)의 LCD 스크린을 갖췄다. 스크린에는 누워 있는 실제 크기의 여성이나 남성의 시신이 나타나고 여기에 손가락을 대고 필요한 신체 부위를 절개하는 시늉을 하면 이를 인식해 해부가 이뤄진다.

필요한 부위를 원하는 만큼 절개하고 혈관 다발이나 뼈·근육 등 필요한 부분만 선택적으로 볼 수도 있다. 화면을 톡톡 치면 절개 부위가 확대되고 스크린에 손을 대고 끌면 시신이 회전하는 등 아이패드(iPAD)를 작동하듯 쉽게 해부 실습을 해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 박사는 "3D 기술로 구현된 가상의 시신을 통해 의대생들이 교육용 해부를 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했다"면서 "끔찍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사실적(Realistic)이고 정교한 혈관·근육 등의 이미지는 가상 해부의 필수요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신을 확보하지 못해 해부 실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이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미국에서는 시신을 기증받아 해부학교실을 운영하는데 연간 50∼100만 달러로 돈이 많이 들고 종교적인 이유로 시신 해부를 금지하는 나라도 있어 학생들이 실습에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대당 6만~10만 달러인 가상 해부 테이블만 있으면 이런 문제는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가상 해부 테이블이 오히려 실제 시신보다 장점도 있다고 강조했다. 시신은 화학처리를 아무리 잘해도 변형, 변색이 되고 시신이 기부됐을 때 이미 장기 등이 훼손돼 있는 반면 ‘가상 테이블’은 완벽한 상태의 이미지를 제공해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부산에서 태어난 최 박사는 서울대 기계공학과(1986년)를 졸업하고 미국 카네기멜런대학에서 컴퓨터 설계(CAD)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 실리콘 밸리에 아마나토지사를 설립해 10년째 뿌리를 내리며 ‘한국인의 실리콘 밸리 진입 성공신화’를 써가는 인물로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후배들에게 "큰 그림을 보라. 세부적인 작은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흐름을 보는 안목을 기르고 단계별로 ‘양질의 실행’을 통해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에 익숙해지면 벤처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A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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