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4-11-20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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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상관치 않겠지만
어쨌든

8시 7분
뉴 헤븐 행 기차에 타고 있을 때

나는 벼락을 맞았어.
이상한 것은


내 머리카락에 불길에
휩싸인 것이 아니라

사람들은 모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했다는 거야

내겐, 사실이었지
그런데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지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겨가는 절차 중에
하나일 뿐이라는 듯

이 장소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듯
나는 무시한당한 채 타서 죽어버렸지

후에, 누군가 내 자리에 앉아
나의 재로 인해 그의 양복이 얼룩졌어



/ David Orr (1974- ) ‘기차’ 전문, 임혜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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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Orr는 뉴욕타임스에 시를 소개하는 시인이며 평론가이다. 그는 이 시를 통해 타인의 불행에대한 현대인의 불감증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벼락은 개인적 혹은 사회, 정치적 큰 재앙을 상징한다. 연민, 자비를 잃은 사회는 오직 자아만이 존재할 뿐 이웃이 없다. 현대인은 점점 더 타인을배려하지 않는다. 슬프게도 인간사회 전체가 거꾸로 진화해가고 있다. 그러나 불행은‘ 재’ 를 통해서 전염되고 전파된다. 자신과 이웃 모두를 위해 자비심의 회복이 절실하기만 하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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