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야

2014-11-19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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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만연 / 수필가·회계사

지난 주 어처구니없는 일을 두 번이나 경험하였다. 그것도 같은 날 불과 1시간도 못되는 차이를 두고 코리아타운에서 한인들에게 당한 일이라 더욱 마음이 아프다.

한 대형 한인마켓에서 있었던 일이다. 떡 몇 개와 이것을 나눠 담을 여분의 비닐봉지 4개를 사고 값을 치른 다음이었다. 바로 옆 계산대에 놓여있는 봉지가 좀 더 작아서 크기가 적당해 보이길래 “저 봉지를 대신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20세 전후의 젊은 남성 계산원은 그쪽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보이지 않는 데요”하는 것이 아닌가?나는 내 귀를 의심하면서 그 봉지를 다시 가리키며 “저 봉지 말이에요”하였더니 그는 여전히 고개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보이지 않는 데요”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듣고 보지 못했던 터라 당장 매니저를 부를까 하다가 이런 질 낮은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는 책임자를 불러봤자 오십보백보이리라는 생각에 단념했다. 그리고는 “젊은이, 귀는 들리는가, 눈은 볼 수는 있는 것인가?” 한 마디 던지고 그 자리를 떠났다.

마켓을 나와 한국교육원을 찾았다. 그날까지 한국학교 교재를 수령해 가라는 통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아마도 LA 아니 미주에서 최고령의 한국학교 교장이 아닌가 싶다. 사실 떡을 산 것도 같은 건물 내 몇몇 교육기관에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 작은 마음이라도 전하고 싶어서였다.

책을 나눠주는 방으로 가서 가져간 박스에 교재들을 넣고 있자니 다른 두 사람이 들어왔다. 종교인 복장을 한 여자가 교사인지 학부모인지 중년부인과 동행하였다.

필요한 분량의 책을 모두 담고 박스 뚜껑을 집으려는데 중년부인이 “이것은 내 것인 데요” 하는 것이었다. 나는 혹시 그 부인이 잘못 보았나 싶어 “보세요. 이것은 제가 갖다놓은 것입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그 부인은 억양을 높여 “내가 가져온 것이라니까요”라고 말하며 나를 노려보았다. 눈 뜨고 코 베어간다더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저기 책을 넣어놓은 박스의 색깔을 보세요. 이 뚜껑과 한 세트입니다.”그러자 그 부인은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옆 진열대 뒤로 가버렸다.

판매원의 못된 태도와 부인의 태연한 거짓말은 어디서 온 것일까? 인간으로서의 기초가 형성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에 범람하고 있는 온갖 부정과 불의가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요즈음 한국에서 예의와 도덕관념은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특히 청소년들의 버릇없는 정도는 갈 때까지 갔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실제로 그들의 언행을 보면 미국에서 자라는 한인 자녀들에 비해 훨씬 불량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필자 혼자만의 생각일까?

한국에서 어설프게 숙성된 서구문화의 쓰레기가 한류바람을 타고 이곳까지 역류되어 건전하게 살고 있는 한인사회와 청소년들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느낌이다.

건전한 사고와 시민의식은 선진화로 가는 황금률이다. 한국이 아무리 잘 살더라도 국민이 인간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다면 제 아무리 잘 꾸미고 으스대도 이류 국민 신세를 면할 수 없으며 세계인으로부터 내심 천대를 받게 될 것이다.

한국의 여야는 제발 당파싸움 그만하고 만시지탄이나마 이제라도 국민을 사람 만드는 일, 곧 인성교육에 많은 예산액을 산정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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