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아직도 여름의 계속인가 싶은데 11월도 중순을 지나 하순으로 꺾어진다. 벌써 그렇게 됐나. 눈이 문득 달력에 머문다. ‘27’일이 빨간 색으로 돼 있다. 추수감사절이 바로 다음 주다. 곧 이어지는 것이 크리스마스에 연말연시다.
해마다 이 계절이면 전해지는 소식이 있다. 크리스마스 전쟁이다.
‘Merry Christmas’라는 인사말 대신 ‘Happy Holidays’ 또는 ‘Season’s Greetings’이라는 인사말을 사용해야 한다. 종교와 정치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세속주의자들이 전쟁의 포문을 연 게 벌써 10년도 훨씬 넘었다.
그러던 것이 모든 공공장소에서 기독교 색채를 배제해야 한다는 세속주의 세력과 미국적 전통을 지키려는 보수세력 간의 거대한 문화전쟁으로 비화되어 온 것이다.
“학교달력에는 다음해부터 크리스마스니, 부활절이니, 욤 키퍼 데이니 하는 특정 종교의 축일을 일체 표시할 수 없다.” 지난주에 새로 날아 든 소식이다.
몽고메리 카운티 공립학교( Montgomery County Public Schools, MCPS).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 카운티를 관할하는 교육구로, 메릴랜드 주에서 가장 큰 학구다. 그 몽고메리 교육위가 7 대 1의 표결을 통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해마다 확전일로를 거듭하고 있는 크리스마스 전쟁, 그 전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예고인가. 그렇게도 보인다. 제법 큰 공립학교 교육구가 크리스마스란 말 자체를 학교달력에서 아예 빼버리기로 결정을 했다는 점에서.
그 전쟁 양상이 그런데 종전과 궤를 달리하는 느낌이다.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세속주의 진보세력의 소송 때문이 아니다. 다른 소수 종교의 불만표시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다.
크리스마스 등 기독교 축일은 말할 것도 없다. 미국 내 상당 수 교육구는 유대인 명절도 학교달력에 표시하고 공휴일로 지킨다.
미국의 무슬림 커뮤니티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회교 명절도 달력에 표시하고 준수해야 한다는 것. 이 같은 주장과 함께 전국적인 캠페인에 나섰다.
그 일환으로 무슬림 커뮤니티 지도자들은 지난 수년 동안 몽고메리 교육구에도 그 같은 요구를 하면서 무슬림 가정에 회교 축일에는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말 것을 종용해온 것.
일종의 불복종운동이라고 할까. 무슬림커뮤니티의 그 같은 저항에 몽고메리 교육위는 2015~16 학사연도 달력에서부터는 모든 종교의 축일을 아예 삭제키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가까운 버지니아 주의 최대교육구인 페어팩스 교육구는 학교 달력에 특정종교의 축일을 표시하지 않고 있다. 그 전례를 쫓은 것이다. 가장 공정한 결정이라는 자화자찬과 함께.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몽고메리에서 일어난 일’ - 뭔가 미국적 전통이 자꾸만 무너지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