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돌아온 호의

2014-11-15 (토) 12:00:00
크게 작게

▶ 최우용 / 샌프란시스코

어느 날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대체로 저녁 시간에 방문하는 사람은 외판원이거나 기부를 원하는 사람이라 그냥 무시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호기심이 생겨 작은 문구멍으로 내다보았다. 밖에는 타인종이 서 있었다.

인기척이 들렸는지 그가 이야기를 했다. “실례합니다. 코리언 남성을 찾고 있습니다.” 한인은 우리 타운하우스 단지 내에 두 집밖에 없다. 그가 왜 한인을 찾는지 알아야 했다.

문을 열었더니 그가 눈에 익은 잠바와 슬리퍼를 들고 있었다. 남편 것이었다. 사건 시작은 몇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법 쌀쌀했던 밤에 담배를 피우러 밖에 나갔던 남편이 나가자마자 다시 들어오더니 안 입는 잠바를 달라고 했다. 밖에 어떤 사람이 무슨 사정인지 맨발과 속옷 차림으로 서 있다가 신발과 옷을 빌려 줄 수 없는지 물었다는 것이다.


내심 좀 못마땅했지만 남편의 안 입는 옷과 신발을 내주었었다. 그리고 그 옷과 신발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것들이 되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는 사실 하지도 않았다. 그가 물건을 돌려주고 싶어도 집들이 다 똑같이 생겼고 밤이라 어느 집인지 찾을 수 없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자주 입는 옷과 신발도 아니었으면서도 있다 없으니 아쉬워서 그동안 남편을 가끔 구박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가 몇 달이 지나서야 옷과 신발을 들고 나타난 것이다. 옷에 적힌 상표를 보고 코리언이라 생각하고 수소문을 하고 다녔나 보다. 나를 만난 그는 너무나 고마워하면 자신의 명함을 주고 갔다.

대가를 바라고 도움을 준 것은 아니지만 영원히 못 돌려받았으면 계속 씁쓸한 감정이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그런 마음을 가지지 않도록 해주고, 사람을 믿어도 된다는 생각을 계속 가질 수 있도록 해준 그가 너무 감사하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