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링컨이 한국서 태어났다면

2014-11-10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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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근 / 목사·미주성결대 명예총장

돈을 들고 설교한 일이 있었다. 대상은 한국에서 영어로 가르치는 크리스천 학교의 교사들로 코리언 2세들과 백인들이었다.

먼저 1달러짜리를 꺼내들었다. 성경 갈피에서 꺼내 손에 쥐고 흔들었다.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거기에는 초대 대통령 워싱턴의 초상화가 있다. 2달러에는 제퍼슨, 5달러에는 링컨, 10달러에는 해밀턴, 20달러에는 잭슨, 50달러에는 그랜트, 그리고 100달러에는 프랭클린의 초상사진이 각각 새겨져 있다.

이 가운데 해밀턴과 프랭클린을 빼면 모두 대통령 출신이다. 그리고 제퍼슨, 해밀턴, 그랜트 세 사람은 학사 출신들이지만 나머지 네 사람은 공식교육을 별로 받지 못했다. 말하자면 책가방 끈이 매우 짧다. 남녀평등이 아니라 여남평등이랄 정도의 미국인데도 여성 얼굴은 달러에 포함되지 못했다. 그리고 아직도 백인들이 달러의 초상화를 독점하고 있다.


그런 코멘트를 한 다음 한국의 돈을 꺼내들었다. 교사들의 눈이 더욱 커졌다. 달러보다 ‘영’ 자가 많이 붙은 까닭 같다. 1천 원짜리에는 이황, 5천 원 권에는 이이, 1만원에는 세종대왕, 5만원에는 신사임당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한국 지폐에도 몇 가지 특성이 있다. 네 인물 가운데 한 가정의 어머니와 아들이 포함된 것, 게다가 여성이 하나 있다.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었다는 증거일까, 아니면 향상되도록 계몽하려는 뜻일까.

그리고 세종대왕만 정치적 인물이고 세 사람은 학자이면서 문인들이다. 유교의 선비 전통이 짙게 묻어나는 대목이다. 가령 이순신 장군의 초상화가 들어감직 한데도 무인이라 그랬을까 아직 그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네 사람 모두 공식교육을 제대로 받았다는 점에서는 미국 달러의 인물들과 대조를 이룬다. 남자 세 사람은 성균관 출신이고, 여자 하나는 그 집안 자체가 우수한 학교였다.

그런 걸 보면 미국은 자수성가형 위인들에 대한 존경도가 유별나게 높은 것 같다. 특히 워싱턴, 프랭클린, 링컨이 돋보인다. 혈연, 지연과 함께학연을 매우 중시하는 한국의 전통, 그로 인하여 지금도 교육이라면 학교 교육을 뜻하고,그래서 평균학력이 미국보다 높은 나라가 된 것은 분명히 자랑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부작용도 있다. 지금도 고등학교 출신은 대학강단에 설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막아놓았고, 자녀들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일류학교 출신이 되도록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은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권력, 금력, 명예가 보장된 자리는 단연 특정학교 출신들이 석권하는 것이 과연 건강한 나라일까.

게다가 더 중요한 결점이있다. 제도권 학교를 졸업하고 학위를 얻는 순간 배움이 끝난다는 점이다. 부모에게 강요당하고 제도에 꽁꽁 묶여서 공부하다가 그런 쇠사슬이 없어지니까 ‘졸업’으로 배움이 끝난다. 졸업은 새로운 시작인데도 그야말로, ‘책가방아 잘 있거라’이다.

혹시 링컨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변호사가 될 수 있었을까.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었을까.

한국에 어디 ‘초등학교 중퇴’ 대통령이 있던가. 인류역사의 위대한 명언을 2분 정도의 짧은 연설에 담아낼 인물이 되었을까.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바로 그 명언 말이다.

워싱턴, 링컨, 프랭클린, 에디슨 등 무학력자들의 위대함이 무엇일까. 학력부실에 결코 좌절하지 않고 ‘실력’을 평생토록 탄탄하게 쌓아갔다는 점 아닌가. 자기 주도학습 (self-directed learning)의 모범사례로 찬연히 빛나는 인물들이다. 주입식 교육, 세뇌 교육에 대한 큰 경고로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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