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잔잔한 흙길 붉게 물들인 식물

2014-11-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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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 짧고 트레일 상태 좋아

▶ 20개가 넘는 산들, 정상 둘러싸

[샌개브리엘 마운틴]

샌개브리엘 마운틴은 LA 지역 등산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 이는 동으로는 15번 Fwy, 서로는 14번 Fwy, 남으로는 패사디나, 몬로비아, 아주사, 업랜드 등의 도시 지역을 북으로는 팜데일, 필란에 이은 모하비 사막을 경계로 하여 동서로 68마일, 남북으로 23마일(총 면적은 960평방마일)에 걸친 산악지역을 말한다. 이 San Gabriel Mountains는, 거대도시 LA의 매우 매력적이고 자랑스러운 뒷 산맥이라고 하겠는데, 이곳에서 운전거리 90분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1,500만명이 넘고, 1년에 400만명이 직접 이 곳을 찾는다고 한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샌개브리엘 마운틴 전체면적 970평방마일의 56%에 해당하는 약 540평방마일에 달하는 지역을 National Monument으로 지정함으로써, Telegraph Peak에서부터 Santa Clarita 부근 지역까지의 산악 지역이 앞으로 한층 잘 보호되면서 또 주민들이 찾아들기에 더 편하게 변모할 것이라고 한다.


샌개브리엘 마운틴의 최중심지역이라고 할 수 있을 샌개브리엘 와일드니스에서 사전허가를 받지 않고 직접 등산을 할 수 있게 개방된 등산루트는 3곳이 있다.

‘Bear Creek Trail’은 전장 11마일로 아주사 지역을 지나는 39번 도로의 mile-marker 28지점에 있는 West Fork를 따라 서쪽으로 1마일을 들어가서 West Fork의 북쪽 천변의trail head에서부터 39번 도로의 milemarker32.14의 trail head까지를 말한다.

‘Mt. Waterman Trail’은 전장 10마일로 2번 도로의 Three Points에서Mt. Waterman 서쪽 기슭을 통해 2번도로의 Buckhorn까지 인데, 중간에있는 1마일 길이의 Twin Peaks까지의 side trail을 포함한다.

‘Devil’ s Canyon Trail’의 경우 2번도로에서 Devil’ s Canyon을 따라 남쪽으로 물길을 따라가며 canyon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4마일 구간인데, 다시 그대로 되돌아 나와야 하는, 끝이 막힌 등산로이다.

오늘은 이들 3개의 등산루트중에 가장 동쪽에 있는 Bear Creek Trail 구간을 경유하는 Mt. Smith를 소개한다. 왕복 7마일에 순 등반고도는 1,830´이고, 5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어렵지 않은 루트이나, 험준한 San Gabriel Mountains안에서 가장 잘 간직되고 있다는 원시의 비경을 대할 수 있는 특별한 코스이다.


■ 등산 코스

조그마한 화장실 건물 바로 오른쪽에 Bear Creek Trail 입구임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이곳 등산로 입구에서 Mt. Smith의 정상을 볼 수 있는데, 지금 지나온39번 도로의 남쪽을 보고 섰을 때, 바로 정면에 보이는 산줄기의 맨 오른쪽 최고봉이 오늘의 산행목표인 것이다.

등산로는 잔잔한 흙길이면서 경사가 완만하므로 걷기에 편하다. 크게 보면 Mt. Islip으로부터 남쪽으로 내려오는 산의 혈맥이, Crystal Lake을지난 후, Mt. Smith에 이르기 직전에 높이 솟구친 무명의 봉우리(5,470´봉이라 칭하고자 함)의 허리를 감싸고 돌며 나아가는 형국이다.

남쪽을 향한 산비탈들을 온통 붉게 물들이며 창궐해 있는 식물이 눈에 띈다. 바싹 마른 작은 꽃망울들을 다닥다닥 달고 있는 California Buckwheat으로 산불이 난 뒤에 가장 빨리 회복되는 식물이며, 양봉가들이 반기는 야생 꿀의 중요한 소스이기도 하다.

가끔씩 왼쪽으로 보이는 Mt. Smith의 정상부위가 거대한 피라밋인 양 뾰쪽하게 솟아 있어, 마지막 등정 구간의 산행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짐작케 한다.

대략 1시간여가 지나면 등산로 오른쪽의 길섶에 2마일 지점임을 알려주는 표지말뚝을 만난다. 뒤를 돌아보면 지금 우리가 지나고 있는 계곡과 Crystal Lake 및 Hawkins Ridge 쪽에서 흘러내리는 줄기와 계곡들이 자못 유장하고 아름답다. 이 계곡들을 흘러서 모아지는 물이 North Fork일 것이고, 머잖은 곳에서 West Fork과 합류된 후, 곧 다시 East Fork과 합수됨으로써 결국 San Gabriel River를 이루어, Azusa쪽의 댐들에 저수되는, 우리들의 주요 식수원의 하나가 되는 물길이다.

뒤쪽으로는 Hawkins Ridge의 연봉들이 그 우직한 근육질의 몸채를 자랑한다. 등산로가 통과하게 되는 움푹한 계곡에는 한 무리의 Sycamore들이 계곡을 풍성하게 메우고있어, 매 마르고 척박한 산자락에 한바탕 촉촉한 오아시스의 청량감을 자아낸다.

5분여를 더 나가면 이제 북쪽의 5,470´봉과 남쪽의 Mt. Smith의 경계인 Saddle(4,240´)에 이른다. 등산 시작점에서 3마일 거리의 능선에 오른 것인데, 이제야 비로소 열리는 서쪽의 경개는, 울창한 계곡과 기암준봉의 산줄기들로 감탄성이 절로 난다. 과연 원시의 비경이라고 부를만큼 아름답고 신비롭다. San Gabriel Wilderness의 그윽하고도 현란한 경치를 즐기고 숨도 고를 겸 잠시 쉬어가자.

Mt. Smith의 정상을 오르기 위해서는 여기서, 직진으로 계곡을 향해 내려가는 Bear Creek Trail을 벗어나, 아마도 말고삐를 매어두라고 만들어 놓은 나무 말뚝을 지나, 왼쪽으로 난 가파른 오름길을 올라야 한다. 멀리서는 피라밋처럼 정삼각형으로 보이던 정상부의 밑면쯤에 와있는 셈인데, 이 Saddle에서 불과 반마일 미만의 짧은 거리에 870´의 순 등반고도가 되니, 가파르다고 할 수밖에 없겠다.

아마도 저 멀리 보이는 Twin Peaks의 동봉 정상을 오르는 구간을 방불케하는데, 다행히 거리가 짧고 트레일 상태도 좋으며 위태롭게 느껴질 만한 구간은 없다.

보통은 30분이 채 안되어 정상에 오르게 된다. 정상은 부드러운 흙으로 이루어진 30평 내외의 편안한 평지로, 몇 그루 키 낮은 Manzanita가가장자리께로 나있다.

정상 중앙에 1930년에 행한 미 정부의 지형조사 표지인 Benchmark가있는데, ‘HEADLEE’라고 이곳의 식별명을 찍어 놓았다.

Mt. Smith라는 이 산의 이름은 초기에 San Gabriel Canyon의 miner였던 Bogus Smith에서 비롯된 것이라는데, 아마도 1930년보다는 더 후에붙여졌었나 보다.

정상에서 보니, 이 산은 세 갈래로 줄기가 이어지고 있음을 알겠다. 우리가 지나온 Saddle 의 북쪽 줄기와 서남쪽으로 뻗어가는 줄기, 남쪽으로 뻗어가는 줄기가 그것이다.

동서남북 사방의 전망이 탁월하다.

오직 남쪽만은 멀리 태평양을 면하고 있는 지형이나, 잔잔한 산줄기 너머로 이내인지 바다인지 구분키 어려운 흐릿한 자취가 유현하고, 나머지3면은, 가까이 또는 멀리 20개가 넘는 숱한 식별 가능한 산들이 이곳 정상을 보호하듯 둘러싸고 있다.

서쪽으로 가장 높아 보이는 봉우리는 Twin Peaks의 동봉이고, 그곳에서 이쪽으로 흘러내리는 험준한 산줄기의 앞쪽으로 큰 바위덩이들이 정상에 놓여 있는 곳이, 이 San Gabriel Mountains에서 가장 접근하기 어렵다는 Triplet Rocks(6,151´) 이다.

시간이 촉박하지 않다면, 이곳 정상에서 서남쪽으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서봉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그 곳 정상에서는 나무들에 가려져 사방의 전망이 좋지는 않으나, Manzanita와 Chamise가 푸르게 우거진 관목 숲을 헤치며 가고 오는 도중의 전망이나 운치는 아주 좋다.

■ 사족

좀 더 다양한 경로로 등산을 하고자 하면, 미리 다른 자동차를 39번도로의 Crystal Lake Recreation Area입구를 좀 더 지난 곳인 mile-marker39.65 지점에 세워놓고, 다시 milemarker32.14지점으로 돌아와서 등산을 시작할 수 있다.

Mt. Smith의 정상에 오른 후, 하산하는 루트를 달리하여, Saddle에서북쪽으로 있는 5,470´봉을 오른 후에, 그 곳 정상에서 북쪽으로 거의 평지와 같은 길을 따라 위쪽의 주차된 지점으로 가면 되는 데 이 경우 순 등반고도는 1,200´정도가 추가되지만 거리는 1마일이 단축된다. San Gabriel Wilderness의 비경을 남북으로 올라가면서 더 자세히 다양하게볼 수 있는 두드러진 장점이 있다.

■ 가는 길

Fwy 210의 Azusa Exit으로 나와 39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2.8마일을 가면 시가지가 끝나고 산길로 접어들게 되는데, 이에서 다시 15.3마일을 더 가면, mile-marker 32.14 지점이 되면서, 왼쪽으로 화장실이 있는 넓은 주차장이 나온다.

Coldbrook Campground(mile-marker 32.5)에는 0.4마일쯤 못 미친 지점이고, Crystal Lake Recreation Area 입구에는 약 7마일 못 미친 지점이다. 해발고도 3,280´인 이곳에 주차한다.


정진옥 <재미한인산악회원>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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