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4-11-04 (화) 12:00:00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었다
부엌 찬장에서 미숫가루를 훔쳐다가
동네 우물에 부었다
사카린이랑 슈가도 몽땅 털어 넣었다
두레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미수가루를 저었다
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
/ 박성우(1971- ) ‘삼학년’ 전문
천진한 동심을 그대로 보여주는 참 재미있고 독특한 시이다. 어린 녀석이 얼마나 미숫가루가 먹고 싶었으면 동네 우물에 미숫가루를 넣고 두레박으로 저었겠는가. 스케일이 커도 너무 컸다. 부엌살림을 거덜 내고 동네 우물을 잠시 못쓰게 했으니 엄마에게 따귀를 맞을 만하지만 엄마도 돌아서서 두고두고 웃으셨을 것 같다. 독자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이 시를 읽으며 시가 진지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란 것을 다시 생각해본다.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