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린이 합창단

2014-10-27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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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드류 박 / 아주사 퍼시픽대 피아노 교수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이 노랫말을 보며 어린시절 단짝친구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노래를 따라 부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 노래는 대한민국 어린이였다면 누구나 불러봤을 대표적인 동요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이 노래를 친구들과 손잡고 함께 불렀던 추억이 있다. 그리고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 건 초등학교 음악 선생님을 ‘사모’했던 어린 시절 나의 모습 때문이다. 선생님을 사모한 까닭에 합창단에 들어갔고 목이 터져라 열심히 노래했다. 어떻게든 선생님 눈에 들어보겠다고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노래가사를 빠짐없이 외웠고 선생님의 지휘에 눈 맞추며 노래를 불렀다.

세월은 흘렀고, 나는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가 되었다. 그리고 합창지휘 경력 23년만에 처음으로 어린이 합창단의 지휘를 맡게 되었다. 학교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어릴 적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함께 노래 불렀던 친구들, 음악을 가르쳤던 선생님, 그리고 무대에 오를 때의 떨림, 아름다운 선율... 그 모든 것이 나에게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고,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그 배움의 과정들은 내 삶을 바로 세워주었고 순간순간 흔들리는 나를 붙잡아 주기도 했다. 이 중요한 일을, 나는 어린이 합창단 지휘자라는 타이틀을 걸고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지휘를 맡은 합창단은 플러튼, 라구나 로드 초등학교 어린이 합창단이다. 1학년에서 6학년까지 전 학년 학생으로 구성되며, 2005년에 창단된 플러튼 지역 공립초등학교 유일의 합창단이다. 유명한 ‘포럼 음악축제’에서 금상을 수상했고, 엘 카미노 칼리지의 ‘남가주 합창축제’ 등의 무대에서 공연을 펼쳤다. 올여름에는 ‘인비테이셔널 어린이 합창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뉴욕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한 수준급의 어린이 합창단이다.

그러나 내가 이 합창단을 맡은 이유는 이런 명성 때문은 아니다. 어린 시절 합창의 추억들이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아이들의 인성 계발에 도움이 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제안을 받고 흔쾌히 수락했지만, 돌아보니 조금은 두렵기도 했다. 아이들을 잘 가르쳐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 때문이었다. 더욱이 이 학교는 나의 아들이 다니는 학교이다. 게다가 아내가 반주자로 함께 서기로 한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되기도 했다.

다행인 것은 이때 곁에서 조언을 주는 멘토가 있었다는 점이다. 공연차 미국을 찾은 한국 합창계의 대부 윤학원 교수님은 나에게 짧지만 울림 있는 한마디를 남기셨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게.”34년간 선명회 어린이합창단을 지휘하며 합창단을 세계적 반열에 올려놓은 그가 평생에 걸쳐 깨달은 것이 바로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라 했다.

나는 어린이 합창단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함께하는 아이들에게도 새 꿈을 꾸게 할 것이다. 아름다운 목소리가 모여 얼마나 아름다운 ‘앙상블’을 이룰 수 있는지, 그리고 하모니를 이루기 위해서 서로에게 맞춰가며 목소리 내는 법도 가르칠 것이다.

세상이 시끄럽다. 인종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다고 서로를 해하려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함께 어울려 아름답게 사는 법을 합창을 통해 배운다면 이보다 더 아름다운 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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