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4년 독일 르네상스풍 양식 따라 완공
정사각형의 개성 없는 형상 다코다주 닮아
로만 폴란스키 감독 영화 ‘악마의 씨’ 무대
현제 셀러브리티 아파트로서 크게 주목
72번가와 센트럴 팍 웨스트가 만나는 지점에는 현재 셀러브리티만을 위한 아파트 중 가장 먼저 지목되는 ‘다코다 아파트 (The Dakota)’가 자리한다. 흔히 ‘더 다코다’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유명세를 탄 이곳은, 사실 거주자보다 외부 방문객이 더 자주 찾는 명소가 되었다. 그건 다름 아닌 이 아파트 앞에서 벌어진 ‘비틀즈 멤버’ 존 레논의 저격 사건 때문. 항시 이 앞을 거닐다 보면 누군가가 사진을 찍고 있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독특한 양식의 최신 건축물
1968년 공개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오컬트 영화 ‘악마의 씨(Rosemary’s Baby) ‘의 무대가 되기도 했던 다코다 아파트는, 1884년 10월 어퍼 웨스트의 첫 럭셔리 아파트로서 완공되었다. 당시 재봉틀로 유명한 싱어사의 에드워드 클라크 사장이 자금을 대고, 인근 플라자호텔을 지은 건축가 헨리 하덴버그가 설계했다. 마치 중세의 한 건물처럼 보이는 외관은 독일 르네상스풍 양식을 따랐으며, 발코니와 테라코타의 디자인이 인상적으로 덧입혀졌다.
완성 당시만 해도 초창기 대형 건축물의 기술적 진보가 응집되어 엘리베이터를 비롯, 철근 프레임, 전기 설비, 증기에 의한 배관 난방, 하수 및 쓰레기 처리 시설이 조합된 최첨단 건물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특별함과 달리, 이 건물을 지을 당시만 해도 일대는 황무지에 불과했다. 오죽하면 그 이름을 ‘미 대륙의 북서쪽에 황량하게 자리한’ 다코다주의 이름을 따서 불렀을까. 거기에 정사각형의 개성 없는 형상이 다코다주의 정사각형과 닮은 측면도 적잖이 영향을 미쳤다.
▲존 레논의 마지막 숨결이 남아있는 곳
앞서도 이야기했듯 이곳이 유명해진 데는 1980년 12월에 벌어진 존 레논의 암살사건이 크게 작용했다. 당초 그리니치 빌리지 인근에 살던 레논-오노 요코 부부가 이 아파트로 이사 온 것이 1973년. 그로부터 2년 뒤 둘은 아들 숀을 낳는다. 행복한 가정을 꾸린 둘은 각자의 일에 열중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그러던 1980년 12월 8일 오후 5시경 둘은 각자의 용무를 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 이 때 ‘열혈 팬’ 채프먼이 사인을 청해와 레논은 이에 응했다. 악수 후 헤어짐. 그리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사건이 터졌다.
저녁 10시 50분경, 차에서 내리는 레논을 향해 ‘아까 사인을 받고 악수까지 청했던’ 채프먼이 다섯 발의 총을 등 뒤에서 쏘았다. 이 중 네 발이 명중하며 레논은 쓰러진다. 이후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었지만 출혈 과다로 사망. 이 모든 사건이 순식간에 벌어진 가운데, 요코 여사는 그저 망연자실할 뿐이었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녀는 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앞서도 이야기했듯 이곳은 레논의 암살사건 외에도 셀러브리티 아파트로서 크게 주목받아 왔다. 영화배우 호세 파라와 주디 갤런드, 로버트 라이언, 로렌 바콜, 그리고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의 음악을 작곡한 레너드 번스타인 등이 이곳에 거주한다. 아울러 수많은 영화의 주 무대로 등장해 이름을 알린 것도 기억에 새롭다. <이수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