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세정제’ ‘마스크’ 필수...근접 인사도 자제
지하철 손잡이. 엘리베이터 버튼 접촉 꺼려
플러싱에 거주하는 회사원 박모(41)씨는 요즘 평소에 잘 갖고 다니지 않던 손 세정제를 꼭 챙겨 출근한다. 최근 ‘텍사스’발 ‘에볼라 바이러스’ 속보를 실시간으로 접하면서 그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며 생긴 습관이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지하철 손잡이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직접 접촉하는 것도 자꾸 꺼려진다. 귀가 후 손을 깨끗이 씻기 전에는 달려드는 아이를 안아주는 것도 자제하고 있다.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며 독감까지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에볼라 공포가 뉴욕 일원까지 확산되며 한인들의 일상 생활습관 마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에볼라 감염이 보균자의 체액 등을 통한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인들도 저마다 ‘내 위생은 내가 지킨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인사회 일대의 대형 약국이나 수퍼마켓 등지에는 에볼라 감염 예방을 위해 ‘손 세정제’나 ‘마스크’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한양마트의 한 관계자는 “이번 주 초부터 손 세정제나 마스크를 찾는 한인 고객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면서 “더 늘어날 것에 대비해 주문을 추가로 해 놓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인 식당가에서는 ‘술잔 돌리기’ 문화마저 사라지고 있다. 자영업을 하는 한인 최모(44·퀸즈 엘름허스트 거주)씨는 며칠 전 지인들과의 모임 자리에서 술잔을 돌리다 눈총을 받았다. 다른 사람이 입을 댄 술잔이 이리저리 돌아다니자 때가 때인 만큼 혹시나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식당에서도 여러 사람이 수저를 들이대는 찌개나 찜 종류의 메뉴는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 대신 이 같은 메뉴를 시킬 때면 따로 접시나 사발을 달라는 요구가 부쩍 늘고 있다는 게 식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손잡이나 시설물을 직접 접촉하길 꺼리는 모습도 에볼라 확산이후 새롭게 나타난 풍속도 중의 하나다. 이는 비단 한인사회 뿐만 아니라 미국인들의 인사법에도 나타나고 있다.
주로 서로 주먹을 맞대거나, 얼싸 안고 다독여주고 입을 가볍게 맞추며 친근하게 인사하던 미국인들도 될수록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며 근접한 거리에서 인사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학교에서도 교사들이 각 학생들의 건강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으며 혹시라도 발열 증세를 보이는 학생이 있으면 즉시 격리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인 의료 전문가들은 "에볼라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두려움 보다는 손씻기 등 기본적인 위생수칙을 스스로가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지훈 기자> A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