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4-09-30 (화) 12:00:00
때도 없이 나를 몰아대는 것을
영광이라니, 개뿔
사랑이니 정열이니 따위 징그러운 말은 하지 말,
아프고 우스꽝스런 오늘,
라디오에서 황소가 뛰어나오든
음악 속에서 나비가 날아오르든
담배 연기가 너의 눈썹이 되는
달력의 숫자가 바퀴를 이고 가든
테이블의 바나나가 휴지를 찢어발기든
목탄에서 싹이 돋아나든
휴대전화에서 뱀이 머리를 내밀든
쓸쓸한 황소야, 슬픈 나비야, 쓸쓸한 눈썹아, 슬픈
슬프지 않은 낙원엔 가고 싶지 않,
쓸쓸하지 않는 낙원에는 가고 싶지 않,
그리움이 없는 낙원에는 정말, 살고 싶지 않,
낡은 기쁨과 싱싱한 허기
무릎 꿇을 그리움, 여기
- 조병완 (1956- ) ‘나, 또는 너, 그리움’ 전문
누가 사랑을 잃었나보다. 그래서 몹시 아픈가보다. 사물들이 초현실적으로 흩어진 거리에 나비가 날고 뱀이 머리를 내밀고 검은 목탄에서 푸른 싹이 튼다. 세상이라는 쓸쓸한 화폭을 황소처럼 슬픈 눈으로 바라다보는 이.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그가 그리움이 사라진 낙원엔 가고 싶지 않다 한다. 무릎 꿇어 갈망할 사랑도, 싱싱한 허기도 그곳엔 없기에. 생은 어쩌면 슬픔으로 지어지는 기쁨의 낡은 집인가 보다.
- 임혜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