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질서한 혼돈 속 질서 찾아가는 장력 엿봐
▶ 널찍하게 자리한 주변으로 수많은 명소 들어서 눈길
1905년 윌리엄 펠프스 에노가 서클 디자인
콜롬버스 아메리카 대륙 발견 400주년 기념
이탈리아 조각가 제타노 루소 콜럼버스 기념상 조각
아침 산책을 겸해 숙소를 나섰다. 출근하는 인파를 뒤로 한 채 나 홀로 한적한 센트럴 팍으로 향했다. 마치 번잡한 도시를 탈출해 한적한 시골로 접어드는 느낌이랄까. 꽉 막힌 나들목 진입로를 바라보며 홀로 텅 빈 도로를 유유히 내달리는 기분마저 들었다.
공원 입구에는 마차와 패디캡, 그리고 그 속에 뒤섞여 가격을 흥정하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보인다. 뉴욕이 세계적인 관광지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는 데 더해, 그 모습에서 의연히 사람 냄새 가득한 매력을 느꼈다.
■미드타운과 업타운의 교차점
8애비뉴와 브로드웨이, 그리고 59번가가 만나는 길. 그곳에는 ‘맨하탄에서 보기 드문’ 서클형 교차점이 자리한다. 동서남북에서 끊임없이 밀려드는 차들이 이곳을 경유해 제각기 갈 길을 찾는다. 때론 무질서한 혼돈처럼 느껴지기도 하나, 그 안에서 자연스레 질서를 찾아가는 모습에서 도시가 지닌 놀라운 자정력을 엿볼 수 있다.
센트럴 팍 남서쪽의 꼭짓점 부근에서 미드타운과 업타운을 연결하는 도로를 콜럼버스 서클(Columbus Circle)이라 부른다. 고층 건물 사이에 널찍하게 자리한 이 주변으로는 수많은 명소들이 들어서 눈길을 끈다. 미드타운의 새로운 랜드 마크로 떠오른 타임워너 센터를 비롯해 도심 속 정원 센트럴파크, 공예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아트앤디자인 미술관(MAD), 케이블 보도 채널의 거점 CNN 스튜디오, 화려한 글래스 외관이 두드러진 트럼프 인터내셔널 타워 등등 그 면면은 실로 화려하다.
■교통에서 문화 요충지로 새로이 각광받아
사실 이곳의 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계기가 된 건 센트럴 팍이었다. 1905년 공원 조성 계획과 병행해, ‘미 교통안전의 아버지’로 추앙 받는 윌리엄 펠프스 에노가 이 서클을 디자인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당시 높아지던 도로 교통의 수요와 함께 미드타운 서쪽의 개발 계획이 연계된 측면도 컸다. 이곳을 개발하며 ‘그 때까지 도심내 게토로 취급되던’ 어퍼 웨스트가 새로운 주거지로 각광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어퍼 이스트의 올드 소사이어티에 비견되는 누벨 소사이어티의 탄생을 추동해 신부유층을 대거 유입시킨다.
이 일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아마도 서클 한 가운데 자리한 콜럼버스 기념상일 듯하다. 1892년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400주년을 기념해 이탈리아의 조각가 제타노 루소가 완성시킨 이 상은 이름 역시 콜럼버스를 기념해 명명했다.
21m짜리 화강암 석축 위에 우뚝 선 대리석상은 일대를 폭넓게 조망하는 수호신으로 꼽힌다. 특히 영화 ‘어거스트 러쉬’에서 우연히 벌어지는 사건 장소로도 등장했던 이곳은, 이후에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나는 전설이다’ 등의 작품에도 등장하며 우리에게 낯익다. <이수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