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말로써 말 많으니…

2014-09-24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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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말을 하며 살아가지만 ‘말’도 적성이고 재주다. 꼭 필요한 말 아니면 입을 열지 않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별일 아닌 것도 재미있게 이야기로 풀어내며, 말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있다. 어떤 모임이든 이렇게 사근사근 말 잘하는 사람이 있어야 분위기가 부드럽다.

말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정이 많고, 사람 좋아하며 모나지 않아서 대인관계가 좋은 편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빠지는 함정이 있다. 한번 말에 발동이 걸리면 브레이크가 잘 작동되지 않는다. 멈추면 좋을 데서 멈추지 못하고 말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정계에서는 그 대표적인 인물이 조 바이든 부통령이다.

70대의 바이든 부통령은 편안한 할아버지 같은 인상이다. 어떤 자리에 가든 농담을 잘 하고 내편 네편 가리지 않고 사귐성 있게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이다.


그런 원만한 인간관계가 정치적 힘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2년 ‘재정 절벽’ 위기 때. 민주당과 공화당이 한치 양보 없이 맞서면서 재정 절벽 협상이 결렬 위기로 몰렸을 때 구원투수로 등장해 사태를 수습한 인물이 바로 바이든이었다. 30여년 상원의원으로 일하며 다져놓은 인맥 그리고 특유의 친화력이 윤활유 역할을 단단히 했다.

덕분에 바이든은 2016년 대선 후보로 조명을 받곤 하는데 그때마다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이 그의 ‘입’이다. 부지불식간에 해버린 말로 구설수에 휘말리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지난주만 해도 그는 하루 사이에 두 건의 말실수를 했다.

첫 번째는 ‘샤일록’ 발언. 샤일록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유태인 고리대금업자. 피도 눈물도 없는 돈 놀이꾼의 상징이자 유태인을 비하할 때 쓰는 표현이다. 한 법률기관 행사에서 연설을 하면서 바이든은 델라웨어 주검찰총장인 아들 보 바이든의 이라크 파병 경험을 이야기했다.

2008년 주택시장 붕괴 당시 이라크에서 근무 중이던 군인들이 그의 아들을 찾아와서 주택 차압이며 악성 융자에 관해 문의를 했다며 “이 샤일록들이 글쎄 해외에서 복무 중인 이 사람들을 이용해 먹은 것”이라는 표현을 썼다.

유태계가 발칵 뒤집히며 항의하자 그는 다음날 사과를 했다. 그리고는 몇 시간 후 그는 또 다른 실수를 했다.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총리를 언급하면서 ‘동양(Orient)’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라고 했다. 그가 ‘아시아’라는 뜻으로 쓴 ‘Orient’나 ‘Oriental’은 구시대적이고 모욕적인 표현이다. 정치적으로 대단히 잘못된 단어 선택이다. 말로써 말 많다보니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이 너무 많다.

세상에 다스리기 힘든 것이 입이다. 성경의 야고보서는 “… 짐승과 새와 벌레와 바다의 생물은 다 사람이 길들일 수 있고 길들여 왔거니와 혀는 능히 길들일 사람이 없나니 쉬지 아니하는 악이요 죽이는 독이 가득한 것이라”고 했다. 말을 잘 하는 것이 재주라면 언제 입을 다물 지 아는 것은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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