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4-09-2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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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마냥 흔드는 가로수 단풍나무예감이나 한 듯어루만지는 바닷바람이가을을 벗긴다.

남가주 인디안 썸머 그 쏘는 빛살두 손으로는 어림없어가려줄 챙 달린 모자 찾아나선 출발.

머리카락 헝클듯 낙엽 떨구 듯나를 휘날려내 인생의 가을에 착지(着地)시킨다.


삭으면서 맛이 드는발효되는 글벗들차 한 잔에도 가슴 덥혀지는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행복한 낙엽.

조락의 가을도 필요한 계절하지만 다칠라이별일랑 쉬 떨구지 마라
- 김영교 (1940- ) ‘가을 속으로’ 전문


청춘만이 빛나는 특권이 있는 게 아니다. 노년에도 아름다운 특권이 있다. 내려놓으면서 깊어가는 인생의 맛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은 진정 완숙한 노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고 자유일 것이다. 발밑으로 잎들이 지고 차 한 잔에 쉬이 가슴 덥혀지는 인생의 가을, 그 초입에 서서 시인은 당부한다. 이 가을엔 부디 함부로 이별하지 말라고. 그 아픔, 천 배 깊어질 가을은 조락의 계절이기에.

-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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