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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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일원 가볼만한 곳 완전정복/ ‘시장관저의 변신’그레이시 맨션

2014-09-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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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성만큼 지위만큼 회자되는 곳

▶ 1799년 스코틀랜드계 아치발드 그레이시 피서용 하우스로 건축

1896년부터 시 정부 소유. 1923~32년까지 시립 박물관 이용
1942년 시장관저로 지정...연회장까지 갖추고 전임 요리사 상주
2002년부터 전화 예약한 사람들 대상으로 주 1회 공개

요크빌 동쪽, 이스트엔드 애비뉴의 88번가에는 시장관저로 알려진 그레이시 맨션(Gracie Mansion)이 자리하고 있다. 주변으로 한적한 주택지가 자리하고, 인근 칼슐츠파크(Carl Schurz Park)에는 강아지를 산책시키거나 일광욕을 즐기는 주민들이 많이 보인다.

관저가 이벤트 장소로 변신
이스트 강변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관저는 1799년 스코틀랜드계 상인 아치발드 그레이시가 피서용 하우스로 지은 것이 시초로 알려진다. 한 때는 프랑스의 마지막 국왕에 즉위한 루이 필립공이 방문할 만큼 대외적인 주목도가 높았다. 그러다 1896년부터 시 정부가 소유, 1923~32년까지는 시립 박물관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그리고 1942년 들어서야 비로소 시장관저로 지정되어, 당시 시장인 라과디아 이래 역대 시장들이 거주해왔다.


이곳에는 전임 요리사뿐 아니라 각국 요인이 들러 연회를 즐길 수 있는 연회장까지 갖춰져 있다. 하지만 전임 블룸버그 시장은 인근 79번가의 타운하우스에 거주하며 이곳에 직접 살지는 않았다고. 그가 이곳을 ‘모두의 집’이라 부르며 시민에게 공개한 뒤, 2002년부터는 전화 예약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주 1회 공개하고 있다. 간혹 명사들을 위한 파티가 열리거나 각종 지역 행사의 개최지로 공개되기도 한다.

불륜 스캔들의 주무대가 되다
한 때 이곳은 전임 줄리아니 시장의 불륜 스캔들로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그의 불륜 의혹은 1997년 한 월간지의 특종 기사에서 출발했다. 상대는 당시 46세로 어퍼 이스트에 거주하는 간호사 주디스 네이선.

이들은 57번가에 자리한 바에서 처음 만났다고 전해진다. 그녀와 함께 있는 사진이 타블로이드에 보도되면서 ‘시장의 여자들’이 다시 한 번 화제가 된 것이다. 당시 상원의원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던 그는, 뜻밖으로 전립선암에 걸렸음을 발표한다. 그리고 일련의 별거 소동 뒤 상원의원 출마를 단념, 이후 그 자리를 차지한 이가 ‘영부인 출신’ 힐러리 클린턴이었다.

2010년 8월 줄리아니는 이 맨션의 잔디에 마련된 대형 텐트 아래서 주디스와의 결혼식을 올린다. 이때는 블룸버그 시장까지 참석해 큰 화제를 모았다. 물론 전 아내 도나 역시 줄리아니의 재혼에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녀는 줄리아니와 이혼한 뒤, 대학교 신입생 때 사귀던 동창생(변호사)을 우연히 만나 27년 만에 세 번째 결혼에 이르게 된다. 이후에도 그녀는 인근 요크빌에 거주하며 결혼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시장관저로서 특별한 지위를 유지해온 그레이시 맨션에서 벌어진 일련의 스캔들은 한동안 뉴욕을 시끄럽게 했다. 하지만 그 명성만큼이나 지위가 특별하듯, 그 사건의 충격 역시도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았다. <이수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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