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4-09-18 (목) 12:00:00
이렇게 비 내리는 밤이면 호롱불 켜진 호야네 말집이 생각난다. 다가가 반지르르한 등을 쓰다듬으며 그 선량한 눈을 내리깔고 이따금씩 고개를 주억거리던 검은 말과 “얘들아, 우리 호야내 말 좀 그만 만져라!”하며 흙벽으로 난 방문을 열고 막써래기 담뱃대를 댓돌 위에 탁탁 털던턱수염이 좋던 호야네 아버지도 생각난다. 날이 밝으며 호야네 말은 그아버지와 함께 장작짐을 가득 싣고 시내로 가야 한다. 아스팔트 위에 바지런한 발굽 소리를 따각 따각 찍으며
-이시영 (1949- ) ‘호야네 말’ 전문
사라진 지 오랜 풍경이다. 호롱불 켜진 말집, 흙벽에 난 방문, 막써래기 담뱃대 같은 시어들이 백석의 시를 생각나게 한다. 등은 반지르르하고 눈은 선량하고 발굽 소리는 바지런했던 호야네 말은 소년들의 친구이기도 하고 바깥세상에 대한 동경을 깨우는 존재이기도 했을 것이다. 장작을 싣고 아스팔트를 길을 따라 따각 따각 시내를 다녀오곤 했으니까. 빗속의 불빛을 따라 잠시 정겨운 옛 풍경 속으로 시간 여행을 한다.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