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4-09-16 (화) 12:00:00
크게 작게
구멍이 많은 돌에다
아침마다 쪼그리고 앉아
남편이 물을 준다
물을 아주 많이 먹는다며
이전에는 몰랐다며
그동안 버려둔 것을 후회라도 하는 듯
진정으로 물을 준다
아침마다 물을 먹은 돌이
까맣게 살아나는 것을
아내가 아침밥을 지으며

멀리서 바라보며
아내도 그 물을 받아
마음을 적셨는지
그동안 비어 있던 온몸의 구멍을
찰방찰방 물방울로 가득 채우며
환하게 미소 짓는다
한동안 폭포석을 버려두었다며
남편은 또 아내에게 말을 건네듯
구멍이 많은 돌에다
물을 따른다

-박정남 (1951- ) ‘발굴’전문



애완동물이라도 되는 듯 돌에게 물을 주며 마음을 나누는 부부의 모습이 잔잔하게 그려져 있다. 꽃들이 피어나듯 폭포석도 물을 먹으면 까맣게 피어난다. 숭숭한 구멍뿐이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으면 돌도 촉촉하게 깨어나는 것이다. 오랫동안 누군가의 애정을 기다리고 있던 돌은 이제 돌이 아니라 꽃이며 아이이며 식구가 된다. 사랑은 이렇게 단순하고 온화한 교감이 아닐까 싶다.

-임혜신<시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