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것 그대로의 매력 넘치는 ‘리틀 저머니’
▶ 최근 체코.헝가리 대표되는 동유럽계. 아일랜드계 대거 몰려
1904년 1,021명 사망한 ‘슬로컴 장군호 침몰사건’이후
이스트 빌리지 떠나 북쪽 요크빌 일대로 주거지 옮겨
체코.폴란드 출신 몰린 72가 ‘보헤미안 블러바드’
헝가리 교회.마케섯 연유 79가 ‘헝가리 웨이’
북쪽은 아일랜드계 레스토랑. 바 밀집 ‘아이리시 타운’
5애비뉴 일대의 뮤지엄 마일을 지나 렉싱턴 애비뉴 동쪽으로 방향을 꺾으면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다. 비교적 차분한 느낌의 5애비뉴와 달리, 이곳에서는 거주민들의 생생한 현실이 하나씩 그려지며 생동감을 안긴다. 그것은 날 것 그대로의 매력을 띄며 보다 현실적인 뉴욕상으로 구체화된다. 흔히 뉴요커들은 72~96번가, 3애비뉴부터 이스트강에 이르는 일대를 ‘요크빌(Yorkville)’이라 부른다. 한 시기 독일계 커뮤니티가 대거 밀집한 연유로, 인근 2~3애비뉴까지 묶어 ‘리틀 저머니’라 부르기도 했다.
슬로컴 장군호 참사의 아픔
앞서 다운타운 소개에서도 살펴봤듯, 초창기 독일계는 다운타운 이스트 빌리지 일대에 집단으로 거주했다. 톰킨스퀘어 주변이 ‘리틀 저머니(Kleindeutschland)’의 원조로 알려져, 주변에는 맥주 양조장이 자리해 뉴욕 내 양조업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1904년 6월 15일 발생한 충격적인 사건과 함께 일대 변화가 나타났다. 뉴욕에서 벌어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되어 있던 ‘슬로컴 장군호 침몰 사건’이다.
당시 이스트 빌리지 내 한 독일계 교회에서 야유회차 슬로컴 장군호를 대여한데서 비극은 시작되었다. 이 날 대부분 여자와 아이들로 구성된 승객 1,340여명을 싣고 이스트강 일대에 일일관광차 나간 배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처음에는 그저 작은 화재처럼 보였으나, 당황한 선장이 배의 속도를 올려 불길은 더욱 치솟았다.
결국 이러한 오판으로 총 1,021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발생한다. 거의 수영을 하지 못하던 여성과 아이들, 그리고 당시 방재 시스템의 부재와 선장의 운행 미숙이 낳은 총체적 인재였다. 이에 슬픔 속에 덩그러니 남겨진 가족들은 이스트 빌리지를 떠나게 된다. 그리고 북쪽에 자리한 요크빌 일대로 옮겨와 모여 살았다.
다민족 문화의 거점으로 변모 중
물론 이러한 발전상과 달리, 최근 요크빌은 독일계 커뮤니티라는 이미지를 서서히 지워가고 있다. 바로 체코와 헝가리로 대표되는 동유럽계와, 아일랜드계가 일대로 대거 몰려든 것이다. 그로 인해 체코와 폴란드 출신이 몰린 72번가는 흔히 ‘보헤미안 블러바드’라 불리며, 79번가는 헝가리계 교회나 마켓에서 연유해 ‘헝가리 웨이’라 지칭된다.
또한 일대 북쪽변에 자리한 ‘아이리시 타운’에는 아일랜드계 레스토랑이나 바가 밀집해 있다. 한동안 세인트 페트릭 데이 퍼레이드가 86번가 3애비뉴에서 끝난 이유 역시 아이리시 타운의 입지와 연관성이 컸다. 비록 독일계들의 부침 있는 상처로 조성된 일대였지만, 어느새 그 아픔을 딛고 요크빌은 다민족의 새로운 발전상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수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