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참 기독교인’ 손양원 목사 삶 통해 믿음 재점검

2014-09-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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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델한인교회 뮤지컬 ‘거룩한 순교’ 20·21일 공연

▶ 학생서 장로까지 60여명 출연… 연습 구슬땀, 자식 죽인 자 입양·한센병 환자 섬김 등 다뤄

‘참 기독교인’ 손양원 목사 삶 통해 믿음 재점검

손양원 목사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을 준비하는 베델한인교회 교인들.

거룩함을 향해 인생의 여정을 걸어간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오직 하나님 만이 거룩하기 때문이다. 이 땅 위에 거룩한 인간은 없다. 입으로는 하나님을 위해 산다고 하지만 인간이 온전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평생 은혜에 의지해 거룩을 추구할 뿐이다.

손양원 목사는 하나님이 한민족에게 베푼 선물이다. 길지 않은 한국 기독교 역사에서 신앙의 모범으로 세워 준 좌표다. 참 그리스도인은 어떤 생활을 해야 하는지, 진짜 목회자는 누구인지를 손양원 목사는 제자의 삶으로 보여줬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가 가르쳐 준 거룩의 길을 가장 충실하게 달려갔다.

일본의 강점 기간 중 신사 참배를 끝까지 거부하며 온갖 고문에 시달렸고 나라를 되찾은 뒤에는 여순 반란사건 와중에 금쪽같은 두 아들을 공산당의 손에 잃었다. 하지만 법원을 돌며 살인자의 용서를 탄원하고 마침내 자식을 죽인 자를 자신의 아들로 입양해 새 인생으로 이끌었다.


손 목사는 소위 문둥병자라고 불리는 한센병 환자들의 진정한 목자요 이웃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을 온몸으로 섬겼다. 고름이 흐르는 몸을 끌어안고 진심어린 눈물을 나눴고 피고름을 입으로 빨아냈다. 그리고 6.25전쟁 중에도 끝내 교회를 지키다 인민군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어바인에 위치한 베델한인교회(담임목사 김한요) 교인들이 손양원 목사의 사역과 인생 그리고 순교를 뮤지컬로 담아냈다. 교회 창립을 기념해 오는 20일과 21일 오후 7시에 교회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지난 5월부터 60여 명의 성도가 진땀을 내고, 눈물을 흘리며 연습을 거듭하고 있다. 출연하는 배우는 전원이 아마추어다. 성극은 단순한 연극과 다르다. 모든 출연진과 스탭의 신앙이 녹아들어야 한다. 그리고 교인들의 기도 후원이 뒤를 받쳐야 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뮤지컬의 성공은 오롯이 믿음과 헌신에 달려 있다.

뮤지컬을 연출한 감독 변용득 안수집사는 “손양원 목사님이 존재했다는 자체가 축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뮤지컬 연출이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와 거룩함을 예배하는 또 다른 표현이라고 고백했다.

“내 신앙을 수시로 되돌아 봐야 하지만 바쁜 생활 속에서 지나쳐 버리더군요. 손양원 목사님 성극이 믿음생활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또 믿지 않는 분들에게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저런 사람이 있다는 건 바로 하나님이 존재하기 때문이네’ 이런 깨달음을 나누길 바랍니다.”

USC에서 분자생물학 연구원으로 일하는 윤송로 장로는 문둥병 환자역을 맡았다. 하지만 2008년 공연 때는 손양원 목사로 열연했다. 배역이 바뀐 만큼이나 실감하는 은혜와 회개의 폭이 넓다.

“의사와 간호사에게 한센병 환자가 ‘내가 짐승이냐’고 절규하는 장면이 있어요. 손양원 목사님이 발을 씻어 주려 하자 황송해서 도망가는 장면도 있고요. 목사님 연기를 할 때와는 아주 다르죠. 이민생활에서도 의지할 데는 예수님 뿐이라는 사실을 새삼 절감했습니다.”


뮤지컬의 제목은 ‘거룩한 순교 손양원’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가족의 희생과 신앙에도 초점을 맞춘다. 거룩한 순교자가 나오기까지에는 찢어지는 아픔을 감내하는 아내와 자식의 지지와 순종이 따르기 마련이다.

중학생부터 성가대원, 장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배경의 교인들이 모여 뮤지컬을 무대로 올리는 과정은 그 자체가 신앙 훈련이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사다리에서 추락하고, 이견으로 다투고, 질투로 시기하고, 엉뚱하게 방해하는 일이 이어졌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 모든 순간을 어루만지고 역전시켰다.

“믿음의 중심을 보여주는 인물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교회는 날로 빛을 잃어가고, 목회자들은 추락하고 있잖아요. 유명하다는 목사들일수록 문제를 더 일으키고요. ‘이게 진짜다’ 할 수 있는 참과 거짓의 분별 기준을 손양원 목사님이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다.”

1.5세나 2세에게 한국의 자랑스러운 목회자를 알려주기 위해 뮤지컬은 영어 자막도 준비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walkingwit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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