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4-09-09 (화) 12:00:00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은가
젊은 눈망울들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다시 태어나면
일 잘 하는 사내를 만나
깊고 깊은 산골에서
농사짓고 살고 싶다
내 대답
돌아가는 길에
그들은 울었다고 전해 들었다
왜 울었을까
홀로 살다 홀로 남은
팔십 노구의 외로운 처지
그것이 안쓰러워 울었을까
저마다 맺힌 한이 있어 울었을까
아니야 아니야 그렇지 않을거야
누구나 본질을 향한 회귀본능
누구나 순리에 대한 그리움
그것 때문에 울었을거야
- 박경리 (1926- 2008)‘ 일 잘하는 사내’ 전문
시를 읽으며 눈물이 난다. 선생의 말씀대로 홀로 살다 홀로 남은 팔십 노구가 안쓰러워서는 아니다. 맺힌 한이 있어서도 아니다. 생명의 가장 깊은 바램, 평화로운 시원에의 그리움 때문이다. 그것에의 회귀본능이 때문이다. 부귀와 명성으로 이를 수 없고 어떤 이론과 학문과 예술로도 닿을 수 없는 작고 순정한 꿈 때문이다. 그 꿈의 쓸쓸한 뒤란에서 우리가 이루어내는 생의 가슴 저미게 아름다운 실체 때문이다.
-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