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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피부의 건선 이후 방치되기 쉬운 관절염

2014-09-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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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 혁<자생한방병원 뉴저지분원장>


“혹시… 원장님께서 Psoriasis(건선)도 진료하시나요?” 최근 한 30대 여성 환자가 필자의 병원에 문의 전화를 해 왔다. 척추관절 진료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지라, 피부병의 일종인 건선에 대한 진료도 받을 수 있는 지가 궁금하셨던 것이다.

우리의 피부는 약 28일을 주기로 새로 생겨나고, 오래된 층은 각질로 떨어져 나가게 되어 있다. 사실 한국인들이 때를 미는 목욕탕 문화는, 이 오래된 각질층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런데 건선은 피부의 정상적으로 죽은 세포가 채 떨어져 나가기도 전에, 새 피부의 세포가 과다하게 증식하여 피부가 군데군데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질환이다.


정상적인 피부세포의 생성과 소멸 주기에 따른 교체 기간보다 6~8 배나 빠르기 때문에 붉은 반점처럼 나타나다가 이내 하얗게 각질이 쌓이게 된다. 가려움증은 아토피 피부염처럼 심각하진 않지만, 건선은 인체의 면역계가 피부세포에 대하여 과잉 반응하여 성장주기를 빠르게 하는 염증성 질환이다.

면역계 이상에 의한 염증성 질환이다 보니, 건선환자 열 명 중 한 두 명은 다른 전신질환의 합병증을 함께 겪게 되는 경우가 있다. 건선과 동반되는 척추마디와 관절의 염증이 바로 그것이다.

이 건선 관절염 (Psoriatic arthritis) 은 30-40대에서 좀 더 흔하고, 남녀비율은 비슷하게 발생되는 건선의 합병증으로서 류마티스 관절염과는 다른 것이다. 보통은 피부에 건선 증상이 있은 다음에 관절염 증상이 생기지만, 동시에 생기는 경우도 있다.

한의 치료는 피부 따로 관절 따로 내과 진료 따로 보지 않고, 신체와 정신적 문제까지도 모두 함께 고려하여 치료하는 전인적인 접근을 기본으로 한다. 따라서 위에서 문의한 건선 환자분 역시 여러 합병증의 가능성이 있을 상황에서 step by step 으로 치료를 시작하기로 하였다.

다행히 이 분은 질환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게 되어, 피부에 나타나고 있는 건선 증상과 염증을 줄여주는 한약치료를 급히 시작할 수 있었고, 건선 부위를 중심으로 피부침 시술도 겸하였다. 이분의 건선증상은 극심한 피로와 스트레스 상황에서 일을 다 마치기 위해 감기증상이 있을 때에 소염진통제를 과량 복용하여 전에 없던 건선증상이 나타나게 된 경우였다. 따라서 예민하고 스트레스가 많다는 점도 침 치료에 반영하였다. 또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피부과의원에서의 자외선치료도 병행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피부증상에 맞춘 치료를 시작하자 피부의 증상은 보통의 예후보다 매우 빠르게 호전되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손가락 몇 개 마디의 관절에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하였고, 또한 등의 척추부위에도 통증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내과에 혈액검사를 의뢰하여 류마티스 관절염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였고, 건선 관절염이라는 진단을 할 수 있었다. 이 시점부터는 피부 치료보다 척추, 관절 위주의 침 치료와 추나 교정 치료를 실시하여 통증을 따라잡았다.

면역계 교란에 의한 전신적인 질환이므로, 어떤 날은 Hip joint 도 아프거나, 어떤 날은 무릎관절만 아프다고 하는 등 관절통이 전신에 걸쳐 다양하였으나 부위에 따라 침 치료를 즉시로 해 주어 통증을 어렵지 않게 조절하였다. 관절염은 증상이 반복되면서 악화되는데, 이렇게 한약, 침, 추나 치료 등을 모두 겸하여 통증을 바로 덜어내니 관절염이 악화되지 않았고, 길지 않은 기간에 치료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만약 건선의 피부증상이 다 지나간 직후에 척추와 관절부위에 통증이 몸의 여기저기서 발생한다면 과연 전문가가 아닌 일반 환자의 입장에서 잘 이해가 갈지 의문이다. 면역계 교란에 의한 염증성 질환이 나타내는 전신적인 패턴을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인데 말이다. 병의 원인과 pattern 과 mechanism 을 알고 그에 적절한 치료를 즉시로 받는다면 내가 왜 아픈지 모르고 고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건선 후 관절염은 점차 보고가 늘고 있다고 한다.

검사방법이 점차 확대되고 좋아지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아마도 보통 환자들이 피부병의 일종과 관절 질환이 상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병원을 찾아 병력을 말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혹시 건선이 반복되면서 이유를 모를 척추, 관절의 통증이 겸한 적이 있다면, 재발의 여지가 있으므로 전문적인 진료를 받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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