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4-08-26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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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원에 승리란 없어
마당에 엎드려 세인 어거스틴 잔디를
모조리 갉아먹는 친치벌레에게 나는 패배를 인정해
나무 같은 잡초의 뿌리를 뽑아내려면
몇 시간이나 걸려. 밤에 나는 식물대학살을 꿈꾸곤 해,
깊게 자리 잡은 저들의 왕국이 정말 미워

새벽이 올 무렵엔 벽 속의 둥지로
돌아가는 과일박쥐들의 소리가 들려와
저녁이면 저들은 전선의 팽팽한 줄을 따라 걷고
무성한 오렌지 나뭇가지로 광대처럼 뛰어올라가지.

안쪽 좁은 공간에는 더 큰 녀석들이 살아, 너구리
주머니쥐, 굴에서 기어 나오는 보랏빛 등껍질을 가진 참게
나뭇가지에는 손가락처럼 두꺼운 초록색의 애벌레들


끔찍한 밤나방이 거기서 날아 나오는 거지
달팽이가 석화된 흔적을 남기며 몰래 침입해 들어오고;
비가 내리면 그것들은 히비스커스 나무에 기어올라 기다리지
나는 태양빛 아래 이것들이 끝장나길 기도하며 노동을 해.

-Campbell McGrath (1962- ) ‘플로리다’ 전문, 임혜신 옮김


’플로리다 시’라는 시집 속에 수록된 시 중의 하나이다. 태양의 땅 플로리다의 정원에는 온갖 열대 동식물들이 살고 있다. 잔디밭에는 달라풀, 친치벌레, 관목 숲에는 박쥐와 래쿤, 달빛 속을 나르는 커다란 나방. 어디 그 뿐인가, 불개미, 아마딜로, 도마뱀, 악어까지 어디나 동물원을 방불케 하는 곳이 플로리다. 결코 정복할 수 없는 자연과의 싸움을 통해 시인이 보여주고픈 것은 바로 이 뜨거운 야생의 생명력이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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