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4-08-14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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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진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 이육사 (1904-1944) ‘광야’ 전문


일제 강점기에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이셨던 이육사 시인의 시를 읽는다. 대구형무소 수감당시의 수인번호를 따서 지었다는 필명 육사(陸史)는 대륙의 역사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강직하며 광대한 선생의 시혼은 ‘광야’에 이르러 빛나는 선구자적 품격으로 한국시사에 가장 남성적 시의 꽃을 피운다. 선생은 또한 명사수라서 말을 타고도 백발백중이셨다 한다. 광복 69년, 친일의 잔재가 판을 치는 한심한 세상은 이제 끝났으면 좋겠다.

-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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