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통령은 어디에?

2014-08-13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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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중반 미국에 풍선껌이 처음 나왔을 때였다. 라이프 세이버스사가 당시로는 혁신적인 풍선껌을 선보였다. 이전까지 아이들이 껌으로 풍선을 불려면 수없이 씹고 또 씹어야 했는데 새로 나온 ‘버블 염’은 말랑말랑해서 바로 풍선을 불 수가 있었다.

껌이 어떻게 이렇게 말랑말랑할 수 있을까, 재료가 뭘까 - 신기함이 크다 보니 루머가 생겨났다. ‘버블 염’은 거미 알들로 만들어졌다는 루머가 아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삽시간에 퍼졌다. 신기술 개발을 자축하던 라이프 세이버스 측은 생각지도 못한 악성 소문 때문에 한동안 곤욕을 치러야 했다.

사람 사는 세상에 끊이지 않는 것이 루머다. 학교나 직장에서 “누가 ~ 했다 더라” 식의 자잘한 소문부터 전 국민이 솔깃 하는 대형 풍문까지 루머는 끝이 없다. 사회적 위기가 발생하면 실제 상황보다 흉흉한 루머들 때문에 사람들은 더 겁에 질리곤 한다.


지난 2005년 뉴올리언스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닥쳤을 때도 물보다 루머가 더 넘쳐났다.“바닷물에 상어가 득실득실하다, 테러리스트들이 제방에 폭탄을 설치했다, 대피소 수퍼돔에 무장한 갱 수백명이 들이 닥쳐서 마구잡이로 강간하고 사람을 죽인다, 시체가 산을 이룬다” 더라 는 등이다. 모두 거짓 소문들이었다.

재난 중 괴소문이 많은 것은 두려움 때문이라고 한다.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소문을 양산하게 만들고 그런 소문일망정 주고 받다보면 최소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불안감이 덜해진다는 것이다.

9.11 테러 때도 루머가 무성했다. “테러리스트들이 펩시콜라에 탄저균을 주입해 넣었다” “유태인들은 그날 세계무역센터에 출근하지 않았다, 테러 공격을 미리 알았기 때문이다” 등. 9.11 테러로 죽은 사람들 중 15%는 유태인이었다.

끈질긴 루머의 주인공을 꼽자면 버락 오바마가 둘째가라면 서럽다. 주제는 “미국 태생이 아니다, 무슬림이다”. 오바마는 비밀 급진 무슬림이어서 국기에 대한 맹세도 거부하고, 연방상원에서 선서할 때 코란에 손을 얻었다는 등의 루머가 줄기차게 돌았다.

이런 루머들에 대해 대다수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무시하지만 그 반대편에서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는 가”라며 낮은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한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풍문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소위 ‘7시간의 미스터리’이다. 세월호가 침몰한 4월16일 박 대통령이 아침 10시에 첫 서면보고를 받은 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7시간 후였고, 그 7시간 어디서 누구와 무얼 했는지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는 것이 화근이다. 그동안 찌라시 수준으로 돌던 풍문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더니 일반 언론에 보도되고, 지난 3일에는 일본 산케이 신문이 보도하면서 대통령의 ‘사생활’은 단순한 루머 차원을 넘어섰다.

주말도 아닌 평일, 대 참사가 발생한 긴박한 시간에 대통령의 행적이 ‘비밀’이라니 소문 키우기 딱 좋은 조건이다. 폐쇄 일변도인 청와대가 이번에도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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