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4-08-12 (화) 12:00:00
크게 작게
월수 이십 만원 못 되는 사람끼리
우주여행을 떠나자

철새는 남북으로 날고
잘 사람들은 동서로 날고
날지 못한 사람끼리
우주여행을 떠나자

카운트다운은 필요 없다
유산균 음료병(甁) 같은 우주선에
시내버스처럼 가득 타고
우주여행을 떠나자


돌풍 하늘로 치솟아
빙글 빙글 돌면서
웃자 웃자
하루 종일 웃고 웃다
저녁 때 슬그머니 내려오자

내려올 때 조심하자
이북(以北)땅에서 내리지 말고

미국 땅에도 내리지 말고
변두리 변두리 정류장에
잊지 말고 내리자

-조윤호 (1938 ~ ) ‘빈자여행’


어르신들께서 함께 어딘가로 소풍이라도 다녀오시나 보다. 주머니에 넉넉한 용돈은 없지만 우주여행이라도 하시듯 마냥 즐거우시다. 차 하나에 여럿이 타시고 유산균음료 한 잔 드시면서 즐거운 이야기로 웃고 또 웃으시다 집으로 돌아오신다. 혹시 잘못 내리실까 서로 서로 챙기시며 변두리 조용한 정류장에 내리시는 모습이 아프고도 따스하다. 고단한 이민자의 삶이지만 이처럼 웃으며 살아주시는 어르신들이 계시니 고맙지 않은가.

-임혜신<시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